【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호반그룹이 한진칼과의 지분 경쟁에 이어 국적 선사 HMM의 인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건설업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지분 매입을 통해 신사업을 육성하고,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HMM 매각 작업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는 호반그룹을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호반은 과거 해운업 진출을 시도한 경험이 있고, 풍부한 유동자산을 바탕으로 인수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 호반은 2022년 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 지분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사모펀드 APC 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대 주주 지분 확보에 나섰지만, 인수 대금 납부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며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시도를 통해 호반이 해운업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 매각 시도는 지난해 말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지분 57.87%를 약 6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진전을 보였지만, 자금 조달과 해운업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보유 중이던 7200억 원 규모의 HMM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고, 이로 인해 양 기관의 지분율은 기존 57.9%에서 71.69%로 확대됐다. 단순히 보유 지분이 늘어난 것을 넘어, 매각 대상 자체의 ‘덩치’가 커진 셈이다.
현재 시가총액 약 22조원 기준으로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16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하림 컨소시엄 당시 제시됐던 인수금액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자금 부담이 커진 데다 해운업 특유의 업황 사이클, 조선과의 연계 구조, 글로벌 계약 체계 등 복잡한 산업 특성을 감안하면 인수 조건의 문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호반그룹이 인수 가능성이 있는 몇 안 되는 민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3조5000억원, 호반산업은 1조6000억원에 달하며, 유동자산도 각각 4조원, 3조원을 웃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재무 여력을 고려할 때, HMM 인수 자체는 자금 조달 측면에서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호반그룹의 방향성과 맞물리며, 인수전 참여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순한 자금력만으로는 해운업 경영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해운업은 조선업과 긴밀히 맞물린 산업 구조를 갖고 있으며, 업황 사이클과 발주 주기, 장기계약 특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수라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단순히 자금력만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배 한 척 띄우는 데도 업황 사이클이 있고, 조선·물류·운송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HMM과 같은 국적 선사의 매각은 단순한 민간 기업 거래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산업적 책임과 공공성을 고려해 인수 주체의 적정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대한항공이든 HMM이든 모두 국적 항공사이자 선사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라며 “단순한 자금력을 기준으로 넘겨선 안 되며, 업계에 대한 이해와 운영 경험이 있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체가 인수해 우리 물류 산업의 경쟁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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