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즈락(ASRock)은 핵심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확장성을 양보하지 않는 메인보드”
실제로 부스 중심에 놓인 신작 X870 NOVA WiFi는 그 약속을 오롯이 전한다. 21페이즈 전원부가 라이젠 고클럭 프로세서를 안정적으로 품고, 두 개의 M.2 슬롯이 PCIe 5.0 대역을 그대로 받아낸다. 5개의 M.2 슬롯과 최신 Wi-Fi 모듈을 모두 실으면서도 보드는 한 치의 과장이 없는 직선 디자인으로 마무리됐다. 국내 시장에서 이미 ‘가성비 하이엔드’의 정석으로 통하던 X870E NOVA의 성공 경험을, AM5 기본 칩셋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애즈락이 메인스트림 가격대에서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첫 수랭 일체형 보드 X570 AQUA를 통해 CPU, VRM, 칩셋까지 수랭 루프 하나로 묶는 공정을 확보한 뒤, 내부 설계 자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랭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전력·열 관리 노하우가 이후 라인업의 공통 자산으로 남았다. 덕분에 X870 NOVA는 ‘E’가 붙지 않은 보드임에도 전원·신호 라우팅에서 한계를 드러내지 않는다.
워크스테이션 세그먼트에서는 WRX90 계열의 강점을 그대로 잇는 X810E HOCF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 최대 128레인의 PCIe 확장성과 ECC 메모리 지원이라는 기본기 위에, 데이터 센터 등급의 네트워크 컨트롤러가 결합돼 대용량 AI·GPU 서버용 베어본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보드가 병목이 되지 않아야 진짜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애즈락 철학이 다시 한 번 강조되는 지점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라이브 프로덕션 시장을 노리는 X850 Taichi Creator와 X850 Live Mixer WiFi도 눈길을 끈다. 전자는 RGB를 과감히 덜어낸 대신 10 GbE와 5 GbE 듀얼 NIC, USB4 백본을 기본 탑재해 고해상도 멀티캠 편집 환경에 집중했다. 후자는 라이브 코딩·음악 스트리밍 환경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USB 타입-C 프론트 패널 구성과 저소음 전원 설계를 특징으로 삼는다.
▲ 대만 현지에서 애즈락 관계자 3인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즈락이 올해 신제품에 공통으로 부여한 개발 원칙은 둘이다. 첫째, 성능 저하 없는 전원 설계. 모든 신형 보드는 급가속하는 멀티코어 부하를 견디도록 100 A급 SPS(Smart Power Stage)를 기본으로 구성했다. 둘째, 확장성의 체계적 표준화. 슬롯 수만 늘리는 대신, PCIe 5.0 레인 배분과 고주파 신호 차폐 구조를 통일해 보드 간 호환성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공통 설계는 AI PC 시대의 요구에 대해 “보드가 약속한 대역폭은 실제 워크로드에서 100 % 전달해야 한다”는 내부 기준에서 비롯됐다.
다만, 인텔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제조사는 “차세대 코어 아키텍처 이양 시점에 맞춰 세부사양을 일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당장은 AM5와 차세대 AMD 칩셋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눈에 띄는 점은 애즈락이 하드웨어 목록을 나열하기보다 사용 시나리오별 체험 공간을 확대했다는 사실이다. PCIe 5.0 M.2 SSD를 실제로 인코딩 파이프라인에 연결해 전송 지연을 줄이는 장면, 듀얼 10 GbE NIC로 대용량 프록시 영상을 NAS에 실시간 백업하는 장면 등 ‘벤치마크 수치가 아니라 체감’이라는 키워드를 전시장 전면에 내세웠다. 달라진 흐름은 내년 컴퓨텍스가 열릴때 즈음에 하드웨어 전시가 ‘기본 골격’으로만 남고, 체험 존이 더 넓어질 가능성을 가늠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애즈락 브랜드 파워서플라이는 올해 안에 유통 채널을 확정할 전망이다. 여러 국내 파트너가 검토 중이며, 파워 전문 업체와의 협업이 성사될 경우 보급형부터 하이엔드 전체 라인업이 한 번에 투입될 수 있다. 메인보드부터 전원 공급까지 생태계를 넓히려는 행보가 현실화된다면, 애즈락의 한국 시장 전략은 보다 공격적인 형태로 재편될 전망이다.
컴퓨텍스 2025가 던진 과제는 명확하다. 메인보드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AI·크리에이터·워크스테이션 워크로드를 ‘제한 없이’ 풀어주는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것. 애즈락은 NOVA와 Taichi에서 얻은 수랭의 DNA, 그리고 확장성에 대한 집념으로 그 요구에 답을 준비 중이다. 하이엔드와 메인스트림 사이, 모호했던 경계선이 점차 흐려지는 이유다.
By 컴퓨텍스 공동취재단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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