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현장은 늘 분주하지만, 올해 애즈락(ASRock) 부스 앞은 유독 정제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해 화려한 네온과 현란한 스트리밍 존으로 관람객을 압도하던 이곳의 25년은 군더더기를 덜어낸 레이아웃과 체험형 섹터 중심의 동선으로 완전히 옷을 갈아입었다. 현장에서 만난 애즈락 코리아 김성현 실장에게 잠시 숨 돌릴 틈을 부탁하고, 올해 애즈락이 준비해 온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보기로 했다.
김 실장의 첫마디는 시장의 변곡점에 대한 통찰로 시작됐다. “지금 보드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하이엔드 아니면 로우엔드, 그 사이의 공백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죠.” 애즈락이 꺼내든 해법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프리미엄 기능을 꽉 채운 궁극의 하이엔드, 다른 하나는 합리적 가격에 집중한 공격적인 메인스트림. "하이엔드 기능에 충실하거나 철저히 가격 경쟁력을 갖춘 두 축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그 점에서 ‘타이치 크리에이터(Taichi Creator)’가 전자를, 조만간 가격 파괴를 예고한 ‘X870E Nova의 마이너 버전’이 후자를 담당한다. 무엇보다 타이치 크리에이터를 논하는 김 실장의 어조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늘어나는 데이터 생산량과 전송 속도 요구를 고려해 10기가비트와 5기가비트 듀얼 랜포트를 동시에 실었고, 듀얼 그래픽카드 환경에서도 두 슬롯 모두 PCIe 5.0 ×8 대역폭을 확보했다. 으레 전문가는 산만함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RGB를 과감히 걷어낸 탈장식주의도 눈에 띄었다. “크리에이터에게 중요한 건 빠르고 조용하게 일하는 환경이지 화려한 조명이 아니거든요.” 근거가 확실했다.
또 하나의 야심작이자 오버클러커에게 타이치 OCF 모델을 제안했다. 김 실장은 실험실에서 갓 나온 벤치마크 수치를 근거로 “1:2 동기화 상태에서 메모리 1만 MHz를 넘겼고, 1:1 동기화 기준으로도 8000 MHz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극한의 냉각을 위한 LN2 바이오스 옵션은 당연히 기본 탑재됐고, 여기에 “아직 비공개지만, 초기 샘플링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전반적인 제품 전략에서도 공격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 실장은 한국 시장에 특화된 가격 경쟁력 있는 라인업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X870E 노바(Nova) 시리즈의 마이너 버전을 대폭 가격 인하하여 한국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입니다"라며 "앞자리 숫자가 떨어지는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을 기대해도 좋습니다"라고 밝혔다.
▲ 취재 다음날 애즈락은 라데온 RX 9060 XT 그래픽카드를 처음 공개했다.
올해 애즈락이 내세운 건 제품만이 아니다. 부스 한쪽은 산업용 DIN 레일 PC와 랙마운트 서버가, 다른 한편에는 미래 먹거리 Ai 시장을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구성됐다. 김 실장은 “예전엔 하드웨어를 그 자체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하드웨어를 통해 실질적인 경험과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쪽으로 전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MD 부스와 협업해 젠5 SSD의 체감 속도를 시연하고, AI PC 체험존을 마련해 소프트웨어 구동 시나리오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아직까지는 애즈락의 모든 것을 보이지 않았다. 애즈락 파워 서플라이 라인업은 하반기에 출시를 검토 중인 새로운 카테고리다. 애즈락 본사 차원에서의 출시는 진즉 이뤄졌으나 한국 시장에서의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파워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파트너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고 있죠.” 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면서, “수량과 브랜드 포지셔닝을 정확히 나눈다면 한국 시장에도 조만간 무난한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애즈락 지난 24년에 이어 25년에도 풍선만큼이나 가볍게 그러나 우직하게 시장의 공백을 채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성현 실장은 “하드웨어의 시대가 저무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의 쓰임새를 경험으로 바꿔 보여주는 시대가 왔다”고 인사를 남겼다. 컴퓨텍스 2025 현장에서 애즈락이 제시한 해답은, 극단의 양극화라는 파고에 맞선 한 수라고 평할 수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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