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25는 AI의, AI에 의한, AI를 위한 축제였다. 대만 난강 전시관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느껴진다. 양쪽 벽면을 가득 메운 ‘AI’, ‘AI’, 그리고 또 ‘AI’. 외치듯 반복되는 이 글자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외치고 있었다. 자, 그럼 전통적인 PC 하드웨어 제조사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메인보드는? 어디로?
메인보드는 PC 하드웨어 제조사에게는 주인공이었다. 가장 크고 밝은 부스를 차지했는 것이 당연했다. 그랬는데, 이젠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이다. 제조사는 조용히 메인보드를 배치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어떤 브랜드는 AI 관련 상품으로 부스를 도배하다 싶었을 정도다. 이런 것을 우리는 두 글자로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홀대.
그럼 메인보드 시장은 끝난 걸까? 아니다. 메인보드는 조용히 진화 중이다. AI 시스템의 핵심 연산을 제어하고, 발열과 전력을 컨트롤하며, 플랫폼의 경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단순한 조립 부품이 아니다. 조연이 아니며, 여전히 주연이다. 역할이 조금 바뀌었을 뿐. 이제 메인보드는 AI 시대의 조율자로 보면 되겠다.
1. 2025년 메인보드 시장의 화두는?
컴퓨텍스 2025 현장에서 확인한 올해 메인보드 시장의 화두는 대략 이렇다. AI, 부활한 오버클럭, 조립 편의성 강화. 이렇게 세 가지다. 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 줄어들었을지언정 발전 방향은 명확하다.
특히 AI 기능은 적극적으로 메인보드에 도입되고 있다. 성능 향상과 관계가 있지만 쉽지 않았던 메모리 타이밍, 전압 조절 같은 영역까지 AI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ASRock(이하 애즈락)은 BIOS에 AI 프로파일을 탑재해 사용자의 세팅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튜닝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AI 기반 오버클럭과 전력 효율 최적화를 통해 복잡한 설정 없이도 최적 성능을 끌어낼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오버클럭이라는 전통적인 경쟁 분야도 다시금 주목받는 추세다.
애즈락은 과거 'OC Formula'라 불리던 하이엔드 보드에 최신 플랫폼과 AI 기능을 덧붙여, 수동 조작의 영역이었던 오버클럭을 보다 지능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AMD 플랫폼 최초의 OC Formula 보드인 ‘X870E Taichi OCF’는 인텔에 집중됐던 오버클럭 시장의 균형을 AMD 쪽으로 옮기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단순히 전원부를 늘리고 쿨링 솔루션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AI와 하드웨어 설계를 결합해 성능을 향상시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유저 편의성 향상이다. ASUS는 BTF(Back-To-the-Future) 설계를 적용해 후면으로 모든 케이블을 정리할 수 있는 히든 커넥터 기반의 보드 라인업을 넓히고 있고, MSI는 EZ M.2 클립, 툴리스 설계, 후면 I/O 버튼 통합 등 조립 편의성 개선 기능을 탑재했다.
바뀐 트렌드야 뭐 이렇지만은, 사실 근본은 변한 게 없다. 사용자를 위한 설계. 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편하기 위해서다. 편함이라는 것은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쾌적한 환경 조성, 즐거움 제공 등등.
그런 흐름 속에서, 가장 독립적이고도 분명한 색깔을 보여준 브랜드를 꼽아야 한다면 단연 애즈락이다.
1-1. 게이밍에 AI의 교차 행보, 애즈락
애즈락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았다. “Gaming Beyond Limits, AI Beyond Imagination.” 직역하자면 이렇다. 게임의 한계를 넘어, 상상의 경계를 넘는 AI. 단순하면서 나름대로 심오한 문장이다.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해석해 보자. 게임의 한계를 넘다. 단순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오버클럭에 최적화됐다는 것. 그리고 오버클럭에 최적화된 설계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상상의 경계를 넘는 AI.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고 보면 된다. 이해하기 쉬운 마케팅 문구다.
주인공인 메인보드는 AMD 플랫폼의 X870E Taichi OCF다. 기존 메인보드 제품군은 모두 공개된 상태였는데, X870E Taichi OCF가 새롭게 추가된 셈이다. OCF가 뭔가 눈에 익는다면, 그게 맞다. OC Formula. 즉 애즈락이 AM5 기반에서 처음 선보인 OC Formula 제품군이다.
오버클럭 전용 대형 핀스택 방열판과 24+2 페이즈 전원부, 그리고 NPU 기반 AI 튜닝 기능을 결합했다. 바이오스에 포함된 AI 프로필은 메모리 타이밍과 전압을 자동으로 설정하고, 최대 세 번의 부팅 내에 안정값을 제안한다. 그래서 X870E Taichi OCF는 전통적인 오버클러커와 함께 AI 기반 개발자까지 만족시킬 수 있게됐다.
이 정도면 서로 다른 수요층을 따로 떨어트려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구매층이 똑같기 때문에. 영민한 선택지였다고 볼 수 있다.
오버클럭보다는 크리에이터에게 집중한 제품군도 있다
주인공은 X870E Taichi OCF였지만, 사실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애즈락은 X870 칩셋 기반에 기능성과 디자인을 갖춘 X870 Taichi Creator, 고급 게이밍 보드 Phantom Gaming X870 Nova WiFi, 그리고 X870 / B850 / B840 / A620A 칩셋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제품군을 새롭게 선보였다.
X870 Taichi Creator는 X870E Taichi OCF와는 조금 다르다. 플래그십 라인업인 타이치인 것은 같지만, 지향점을 확장에 뒀다. 최대 256GB까지 수용 가능한 DDR5 슬롯 4개, PCIe 5.0 x16 슬롯 2개, 3.0 x16 슬롯 1개, M.2 슬롯 4개 등 USB 포트만 해도 무려 15개에 달한다. 이 중 2개는 USB4 Type-C이며, 10Gbps와 5Gbps의 듀얼 유선 LAN, Wi-Fi 7도 기본 탑재된다.
하이엔드 유저 중에서도 특히 게이머와 크리에이터, 그리고 다중 작업 환경에 최적화된 구성이란 점이 특징이다.
게이밍에 특화된 메인보드도 선보였다. X870E Phantom Gaming Nova WiFi는 보다 순수한 게이밍 퍼포먼스를 위한 제품이다. PCIe 5.0 x16, PCIe 3.0 x16, 3.0 x1 슬롯 등 게임 환경에 필요한 구성은 모두 갖췄고, 타이치 크리에이터급의 추가 10Gbps LAN도 제공한다. 게임 용도라면 부족한 게 없다.
이외에 메인스트림 시장용 메인보드도 함께 업그레이 했다. 기존에는 B850 칩셋 기반으로 운영되던 LiveMixer WiFi와 Pro-A WiFi 모델이 이번 세대부터 X870 칩셋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덕분에 메인스트림 X870 메인보드로도 오버클럭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됐고, Wi-Fi 7과 USB4도 기본 사양으로 포함된다. 애즈락의 강점인 균형 잡힌 성능을 느끼기 좋은 구성이다.
애즈락(ASRock)의 투(鬪)트랙 “게임의 한계를 넘고, AI 상상을 구현하다”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8664
애즈락, 스펙을 넘어 AI 경험의 혁신으로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8639
1-2. 크로스헤어를 내세운 에이수스
대만의 삼성전자로 통하는 ASUS는 본연의 명성 답게 역시 규모로 타 브랜드 기 죽이기 행보가 여전했다. 매년 그래왔지만. 그 상황에서 플래그십 메인보드 브랜드인 ROG 크로스헤어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X870E 익스트림, 에이펙스, 히어로 BTF로 이어지는 트리오에 고성능에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박아 넣었다. 익스트림은 E-ATX 폼팩터를 기반으로, PCIe 5.0 슬롯 2개, 고속 스토리지, Wi-Fi 7, 그리고 5인치 LCD를 I/O 슈라우드에 배치에 유독 화려해졌다.
Apex는 메모리 오버클럭에 특화된 2DIMM 설계를 바탕으로 오버클럭에 최적화시켰고, Hero BTF는 커넥터를 전면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BTF 타입으로 깔끔하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게했다. 사실 BTF는 ASUS가 이끌고 있는 규격이라는 점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은 이해할 만 하다. 물론 여전히 BTF 좋은 메인보드 제조사지만, 어디까지나 예상된 전개에 머무른 만큼 신선한 제품군이라고 할 만한 제품은 찾을 수 없었다.
1-3. 다양한 라인업? 인가 싶은 MSI
MSI는 상당히 다양한 메인보드를 공개했다. X870E 칩셋 기반의 MEG X870E ACE, MAG X870E 토마호크 WiFi PZ, B850MPOWER. 그 중에서 MEG X870E ACE는 MSI 하이엔드 제품군답게 110A 스마트 파워 스테이지 기반의 18+2+1 전원부, EATX 크기의 확장 히트싱크, Wi-Fi 7과 10G LAN 등 고사양으로 무장했다. 조명 효과도 당연히 화려하다.
MAG X870E 토마호크 WiFi PZ는 MSI 백 커넥터 표준 설계가 적용돼 눈에 보이는 케이블을 없앴다. 다양한 EZ DIY 기능도 제공한다. EZ 클립, EZ 실드, EZ 안테나, EZ 릴리스, EZ CMOS… 등 거의 모든 게 EZ다. 그런데 EZ라는 말이 좀 자주 반복되는 감은 있다. 쉽게 뭔가를 해보겠다는 건데.. 그건 사용자가 체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안된다는 의미다.
B850MPOWER는 오버클럭 유저를 위한 메인보드인데, AMD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2DIMM 구성의 극한 메모리 오버클럭 보드로, BIOS와 전원부 구성에 공을 들였다. 정리하면 MSI는 전년 대비 올해는 유독 약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1-4. AI와 임베디드 시스템에 큰 비중, 기가바이트
컴퓨텍스가 끝나고 알게 된 사실인데, 기가바이트는 기가바이트는 행사장이 두 곳이라는 내용을 모르는 이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전시장에서만 머물렀다면 산업용 제품만 접했을 가능성 100%다. 참고로 어떤 제조사가 자사 부스의 아주 좁은 공간만 메인보드에 할애했다고 언급한 곳이 바로 기가바이트다. 정보 부족으로 비롯된 오해아닌 오해가 불거진 셈. 기가바이트는 PC 카테고리에서의 핵심 제품은 별도 VIP 부스에서 소개했다.
그 점에서 원론적인 부분만 설명하자면 기가바이트가 내세운 방향성은 ‘기술의 진보가 사회의 진보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다. 메인 전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일상과 산업에 연결하는 다양한 솔루션 위주로 전시했다. 소비자 영역에서는 개인화된 AI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X870E/X870 보드를 전시했다. 핵심 기능이라면 X3D 터보 모드 2라는 AI 기반 CPU 자동 튜닝 기술을 적용해 최대 35% 성능 향상을 내세웠고, DriverBIOS·EZ-DIY 등 사용자 편의에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VIP 부스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가바이트, 사용자 체감 강화한 AI 종합 솔루션 강조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8644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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