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했다. 이는 IMF가 제시한 1.0%보다도 낮은 수치다. 1% 미만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4.9%)와 2009년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여파(-0.7%) 등 극히 예외적인 시기에만 나타났다.
29일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5%에서 0.7%포인트 낮춘 0.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2월(2.3%)부터 5월(2.1%), 11월(1.9%), 올해 2월(1.5%)까지 전망치를 낮춰왔지만 0%대 성장률을 제시한 건 처음이다.
이번 전망 하향 배경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 지속 가능성 외에도 건설경기 침체, 민간소비 부진 등 복합적인 국내외 리스크가 작용했다. 특히 미·중 갈등 재점화로 상호관세가 유지되거나 추가될 경우 성장률은 0.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이 당분간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고, 기본 10%, 품목별 25% 수준의 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제했다. 이는 지난 2월 ‘연내 인하’ 시나리오보다 강화된 조건으로, 반도체와 의약품 등 일부 품목에는 하반기 중 10% 추가 관세가 반영될 가능성도 고려됐다.
국내 경제 심리는 높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대내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개선되는 것으로 전제했다. 또 정부 경기부양책의 경우 5월 초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집행도 내수 진작 효과를 반영했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올해 0.8%의 성장률은 1차 추경이 반영됐으나 나머지 추경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올해 GDP 성장률에 대해서는 경제 심리 회복 지연,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내수 부진이 길어진 데다 통상여건 악화로 수출 하방압력이 커졌다고 봤다. 1분기 내수 부진 심화에 따른 역성장과 2분기에는 건설경기 부진, 소비 회복 부진에 0.5% 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만 하반기 이후에는 금리 인하 및 추경 효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심리도 회복되면서 내수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은 당초 1.8%에서 1.6%로 하향 조정됐다. 내수 회복에도 불구하고 통상환경 악화의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iM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성장 부진에는 고령화, 가계부채 누적 등 단기 개선이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향후 추경과 정책이 추가로 단행되더라도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한은의 연간 전망치 수치와 4월 수출 등 실물지표를 고려할 때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분기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관세 유예 등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0.9%, 내년 1.8%로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미·중 갈등 재점화 등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0.7%, 내년 1.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시나리오에 따른 관세 경로 변화는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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