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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최근 엄벌주의 강화 추세 속에서 출소자들은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감시받아야 할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인간학적 기계’와 ‘호모 사케르’ 개념을 인용하며 “법무보호 대상자들이 사회적·법적으로 온전한 인간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법의 보호 바깥에 놓인 존재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경향이 법률과 정책에서도 나타난다고 비판했다. 현행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이 지도·감독과 자립·복지라는 상이한 성격의 업무를 한 법률에 규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운영상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또한,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법안(일명 한국형 제시카법)이나 보호수용제도 부활 논의 등은 출소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김 박사는 “법무보호정책의 새로운 시작은 형사사법 절차의 ‘오판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 한 명이라도 무고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출소자를 대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낙인찍고 배제하기보다 진정한 사회복귀를 도울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최경순 박사(전 서울신학대학교 특임교수)는 김 박사의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심리상담학적 관점을 보탰다. 그는 “출소자들은 ‘범죄자’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자기 인식이 왜곡되고, 이는 결국 이차적 일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낙인 이론’을 소개했다.
최 박사는 “이러한 낙인이 극단화되면 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법무보호정책은 ‘낙인찍기’가 아닌 ‘회복과 재사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의 ‘Ban the Box’(채용 시 범죄경력 조회 금지) 정책이나 영국의 ‘ROA’(범죄자갱생법)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 도입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정환경의 변화와 법무보호의 역할’을 대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가 주최하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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