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도 3D로 설계" LG전자 혁신 이끄는 '버추얼트윈' 기술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히트펌프 방식의 세탁건조기는 가전제품 중에서도 설계 난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드럼(회전통)이 돌아가는 동안 그 안의 옷감들은 재질과 무게가 달라 마르는 시간도 제각각입니다. 수분 증발 속도도 시시각각 변하죠. 이건 기존 물리 기반의 실험 방식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황윤제 LG전자 ES연구소 기술고문이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다쏘시스템의 연례 기술 행사 ‘3D익스피리언스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최연두 기자)

황윤제 LG전자 ES연구소 기술고문은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다쏘시스템의 연례 기술 행사 ‘3D익스피리언스 콘퍼런스’에서 이 같이 설명하며 자사 건조기 설계에 버추얼(가상)트윈 기술과 하이브리드 모델링 기법을 도입한 과정을 소개했다.

LG전자는 지난 2020년 히트펌프 방식 일체형 세탁건조기 제품인 ‘트롬 워시타워’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히트펌프는 외부의 열을 끌어와 내부를 데우는 방식으로, 기존 전열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술이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25%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LG전자는 히트펌프 세탁건조기 연구·개발(R&D) 과정에서 경험 기반 모델과 머신러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시제품 제작 없이도 구조와 성능을 정교하게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황윤제 기술고문은 “기존의 물리식 모델보다 훨씬 정확하고 범용성도 높아 실제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상업용 에어컨의 다중 실내기 운전 모델 등에도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다쏘시스템이 제공하는 모델링 솔루션 ‘다이몰라’가 중점적으로 쓰였다. 상업용 에어컨은 통상 하나의 실외기에 수십 개 실내기가 연결되고, 냉방과 난방이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적 구조로 운영된다.

황 고문은 “실물로 제어 시나리오를 검증하려면 막대한 시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유사한 방식의 가상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제어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며칠씩 걸리던 반복 테스트를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면서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시험 비용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의 대표(사진=최연두 기자)

이날 행사를 주최한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정운성 대표는 “이제는 제품 중심의 경제를 넘어, 사용자 경험과 지속가능성을 핵심으로 하는 ‘생성형 경제’(Generative Economy)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이를 실현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7세대 플랫폼 ‘3D유니버스’”라고 밝혔다.

다쏘시스템이 올 초 선보인 3D유니버스 플랫폼은 버추얼트윈 기술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3D 플랫폼이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성능을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3D유니버스는 미래 상황까지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설계 방안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는 능동형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마씨모 프란도 다쏘시스템 3D익사이트 사업·세일즈 총괄은 삼성전자·ABB·롤스로이스·애플·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기업과의 버추얼트윈 구축 사례를 소개하며 실제 적용 성과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