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동남아시아 핵심 시장인 필리핀에서 하이트진로의 ‘진로(JINRO)’ 소주와 함께 K푸드 열풍이 거세다. 현지 소비자들은 진로 소주에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곁들여 즐기며 한국식 식문화 자체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K푸드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식탁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필리핀의 대형 마트를 방문해보면,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수출 전용 라면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남아는 새로운 수출 시장인 만큼, 현지 입맛을 겨냥한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국내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현지화 전략’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필리핀 최대 규모의 슈퍼마켓 중 하나인 퓨어골드 파라냐케점, 창고형 마트 S&R 멤버십 쇼핑 마카티점, SM그룹 산하의 ‘몰 오브 아시아(이하 SM몰)’ 등에서는 한국 라면이 판매대 중심에 배치돼 있었다.
현지인들은 ‘참이슬 오리지널·후레쉬’, ‘청포도에 이슬’, ‘딸기에 이슬’, ‘복숭아에 이슬’ 등 다양한 소주와 함께 한국 라면을 안주로 즐기곤 한다. S&R에서 만난 제프 디말란타(28)는 “코로나 기간 동안 친구가 한국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고 소주를 추천해줘 삼겹살, 불닭볶음면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퓨어골드에서 만난 졸로(23) 역시 “한국 소주를 좋아하며 안주로는 생라면이나 야쿠르트를 즐긴다”고 말했다. 졸로의 장바구니에는 ‘신라면’, ‘진라면 베지’ 등이 담겨 있었다.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K라면 수요가 점점 증가하면서, 삼양식품, 농심, 오뚜기 등 국내 라면 ‘빅3’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수출 전용 라면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중국, 미국과 더불어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지역”이라며 “유튜브에서 ‘Fire Noodle Challenge’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6년부터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맵(MEP)’ 브랜드를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론칭하며 매운맛 라면 브랜드를 확장했다. 가장 한국적인 맛부터 이국적인 맛까지, K푸드의 매운맛을 다양하게 변주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경우,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24% 증가했다.
농심 역시 동남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농심의 동남아시아 수출액은 지난해 9,24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 성장했다. 동남아 전용 브랜드인 ‘신라면 똠얌’은 출시 이래 누적 판매량 1,400만 봉지를 돌파했다.
오뚜기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 ‘진라면’과 ‘보들보들 치즈라면’을 판매 중이다. 필리핀에서는 ‘Jin’ 브랜드가 현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했으며, 자사 제품으로 구성된 ‘옐로우 존’을 형성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필리핀 및 동남아 시장에서 현지 저가 라면과 차별화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며 “할랄 국가들에 대해서는 주요 유통망의 메인스트림 채널에 입점해 판매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들보들 치즈라면’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2022년 출시된 이 제품은 2023~2025년 기준 연평균 성장률 46.3%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3개국에 신규 진출했다. 기존 수출국인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7.3% 증가했으며, 러시아의 경우 전년 대비 196.1%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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