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 여파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뺏고 뺏기는’ 가입자 쟁탈전으로 번지고 있다. 오는 7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폐지될 예정인 가운데 단통법 폐지 전야제가 펼쳐지는 양상이다.
SK텔레콤 대리점의 경우 신규 가입이 정지된 상황에서 가입자를 뺏으려는 KT·LG유플러스와, 이를 어떻게든 방어하려는 SK텔레콤 간의 경쟁이 ‘뺏고 뺏기는’ 시장 과열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해킹 사태 이후 약 한 달간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고객은 44만명 수준으로 지난 4월 SK텔레콤은 시장 점유율 40%가 무너졌다.
조만간 SK텔레콤의 신규가입 재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쟁탈전에 뛰어들 경우 단통법 폐지 시점까지 쟁탈전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3사는 지난 2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S25’의 지원금을 계속 상향하는데 이어 유통망에 판매장려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KT가 먼저 삼성 ‘갤럭시 S25’의 최대 공시지원금을 70만원까지 올렸다.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까지 더할 경우 80만5000원까지 할인 받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출고가 115만5000원인 갤럭시S25(256GB)의 실질 구매가는 35만원으로 내려온다.
LG유플러스 역시 공시지원금을 최대 70만원까지 상향했다. 최신 스마트폰 제품에 큰 폭으로 지원금이 인상된 경우는 최근 몇 년간 없었다. SK텔레콤의 대리점 신규 모집이 정지된 상황에서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자 SK텔레콤까지 쟁탈전에 뛰어 들었다. SK텔레콤은 ‘갤럭시S25’의 지원금을 68만원까지 올렸다.
KT·LG유플러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SK텔레콤만 취급하는 대리점은 번호이동 등 신규 가입이 중단됐지만 이통3사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에서는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신규가입)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경쟁사가 지원금을 올리는 등 가입자 뺏기에 나섰기 때문에 ‘최소한의 방어’라는 입장이다.
해킹 사태 이후 약 한 달간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고객은 44만명에 육박한다. 실제로 SK텔레콤 침해사고가 알려진 지난 달 22일부터 이번 달 26일까지 SK텔레콤에서 타 통신사(MNO)로 번호 이동한 누적 인원은 43만9852명이다.
SK텔레콤에서 KT로는 24만5633명, SK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는 19만4219명이 번호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대규모 번호 이동은 최근 최소 몇 년 간 없었던 사례로 시장 점유율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큰 사건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3월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2310만4000여명으로 전체 가입자 40.4%다. 해킹 사태가 일어난 지난 4월에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40%가 무너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고객은 23만7000여명이다. 과기정통부 최신 통계인 지난 3월 가입자 수에서 23만7000여명을 제외하면 4월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2286만여명으로 줄어든다. 모수인 전체 가입자 수가 3월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4월 SK텔레콤의 점유율은 39.9%로 추정된다.
문제는 오는 7월 단통법 폐지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 있다. 업계는 침체돼 있는 통신 시장 흐름과 불경기 때문에 단통법이 폐지되고 시장이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3사가 서로 가입자를 뺏고 뺏어봤자 시장 점유율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서로 마케팅비 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와 관계없이 SK텔레콤의 유심 해킹사태가 터졌고 SK텔레콤의 신규가입 중단 기간 동안 가입자를 뺏고 싶은 KT와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마치 단통법 폐지 전야제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참다 못한 SK텔레콤 대리점협회가 29일 신규가입 정지를 중단해 달라고 성명서까지 낸 상황에서 정부는 조만간 신규가입 재개를 허락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점유율 40%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고 1위 사업자가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7월은 가장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에서 7월 말 지원금 공시 의무가 없어지는 단통법 마저 폐지될 경우 3사의 가입자 과열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출시한 ‘갤럭시S25 엣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유통망에 제조사 단말기 지원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3사와 삼성전자 모두 연말에 임원 인사를 하는데 7~9월 실적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SK텔레콤이 신규 영업을 시작하고 단통법까지 폐지되는 시점인 7~8월은 근래 들어 가장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좋을 때 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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