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효율화” 내세운 한국GM…서비스센터 매각에 ‘철수설’ 재점화

한국GM 인천 부평 2조립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한국GM이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 전면 매각과 부평공장 일부 자산 처분에 나선다. 회사 측은 “운영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시작으로 한 구조조정 수순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서울, 인천, 부산, 광주 등 9개 지역에 운영 중인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외부에 넘길 계획이다. 또 부평공장 내에서 활용도가 낮은 설비와 부지를 대상으로 매각 절차도 병행한다. 회사 측은 해당 조치가 생산라인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직영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의 고용도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GM이 사실상 대규모 자산 정리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 및 한국 사업장 사장은 “재무 건전성 확보와 서비스 네트워크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임을 부각했다.

한국GM의 자산 매각은 GM 본사가 미국 내에서 내연기관 엔진 공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시점과 맞물린다. GM은 최근 뉴욕주 토나완다 공장에 약 1조2000억원을 들여 차세대 V8 엔진 생산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전기차 구동장치 투자 계획을 접고 내연기관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어서, GM의 전동화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맞물려 한국GM의 중장기 존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85% 이상을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GM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강화 움직임과 직결된 구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수입차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GM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GM이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발을 뺀 전례도 이번 논란에 무게를 싣는다. GM은 2010년대 들어 호주, 유럽, 인도 등에서 철수했고, 국내에서는 2019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GM 측은 “관세 장기화가 현실화되면 생산기지 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GM이 곧바로 철수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에도 전면 철수 대신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구조조정과 자금 지원을 병행한 바 있다. 당시 GM은 한국 정부와 81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받고, 향후 10년간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의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직간접 피해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현재 약 1만1천 명의 직원을 고용 중인 한국GM은 1차 협력사만 270여 곳, 2·3차 업체까지 포함하면 최대 3천 개에 달하는 기업들과 연관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철수를 부인하고 있지만, 투자 없이 자산을 정리한다는 건 불안한 신호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사측이 여지를 남겨두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