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미디어뉴스] 전서현 기자 =밤이 사람을 데려간다 더 먼 쪽으로
죽은 사람의 곁에 누워 밤새 이름을 불러 본 적 있다
그 밤을 얘기할 수 없다 물도 물의 규율도
알지 못하니까
발밑을 흐르는 구름
육교와 가로수를 잊고 온도와 뼈를 버렸다
흔한 노래를 듣고 같은 식사를 반복했다
물속에서 평생을 보내는 바다 생물들
몸은 물주머니인데
익사할 수 있다니 불가해하지 않니
오래된 기억을 꺼내 말하기, 거의 없는 것처럼 희박해지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기, 왜 그랬니, 침묵하기
어른이 아이를 대할 때처럼
밤이 우리를 조용히 이끌고 있다
뒤로 더 먼 쪽으로
물속에서 운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음악이 멈추면 우리들은 어디로 갈까
집으로 가 취한 몸을 눕힐까
오토바이를 타고 몇 시간이고 달린 다음
땅에 내려올 때처럼 이상한 시달림 분리되는 기분일까
뭍으로 떠밀린 물고기 떼처럼
검은 기름을 온몸에 칠한 착한 사람
본 적 없는 것과 본 것을 구분하는 사람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문을 닫은 것은 누구였을까
심해어가 죽고
수면까지 떠오르는 동안 호흡
새 모자를 사러 가서 새 구두를 사 오는 일
술에 취하면 아무 데나 눕는 큰 상자구나
나는 긴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붙이지 않아야만 도착하는 온도
잊힌 밤 창 뒤에서 모습을 감추는 사람
물고기가 물을 견디는 방식에 대해
나무가 계절 속에서 가늘어지는 방식에 대해
거울 속에서만 나를 마주보는 나와
두 눈 속에 시선을 가둔 너
가진 적 없는 이름처럼, 본 적 없는 모래처럼,
잠겨 있다 어깨를 흔들다
어떤 여백으로도 가질 수 없는 간격
무엇도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
가지가 부러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작은 부리들
푸른 얼굴을 한 네가 푸른 얼굴 위를 걸어간다
우리는 모두 사로잡힌 사람이다
한참을 빗속에 서 있는다
익사하지 않는다.
[서평 talk]
익사하지 않는 존재의 비밀스러운 저항, 물과 밤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의 고요한 흔들림이 느껴지는데 이러한 고요함은 어수선한 현실에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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