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기자의 서평 talk] 동세포 생물 / 백은선 시집 가능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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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의 서평 talk] 동세포 생물 / 백은선 시집 가능세계

서울미디어뉴스 2025-05-29 11:34: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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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상진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서울=서울미디어뉴스] 전서현 기자 =밤이 사람을 데려간다 더 먼 쪽으로

죽은 사람의 곁에 누워 밤새 이름을 불러 본 적 있다

그 밤을 얘기할 수 없다 물도 물의 규율도

알지 못하니까

발밑을 흐르는 구름

육교와 가로수를 잊고 온도와 뼈를 버렸다

흔한 노래를 듣고 같은 식사를 반복했다

물속에서 평생을 보내는 바다 생물들

몸은 물주머니인데

익사할 수 있다니 불가해하지 않니

오래된 기억을 꺼내 말하기, 거의 없는 것처럼 희박해지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기, 왜 그랬니, 침묵하기

어른이 아이를 대할 때처럼

밤이 우리를 조용히 이끌고 있다

뒤로 더 먼 쪽으로

물속에서 운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음악이 멈추면 우리들은 어디로 갈까

집으로 가 취한 몸을 눕힐까

오토바이를 타고 몇 시간이고 달린 다음

땅에 내려올 때처럼 이상한 시달림 분리되는 기분일까

뭍으로 떠밀린 물고기 떼처럼

검은 기름을 온몸에 칠한 착한 사람

본 적 없는 것과 본 것을 구분하는 사람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문을 닫은 것은 누구였을까

심해어가 죽고

수면까지 떠오르는 동안 호흡

새 모자를 사러 가서 새 구두를 사 오는 일

술에 취하면 아무 데나 눕는 큰 상자구나

나는 긴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붙이지 않아야만 도착하는 온도

잊힌 밤 창 뒤에서 모습을 감추는 사람

물고기가 물을 견디는 방식에 대해

나무가 계절 속에서 가늘어지는 방식에 대해

거울 속에서만 나를 마주보는 나와

두 눈 속에 시선을 가둔 너

가진 적 없는 이름처럼, 본 적 없는 모래처럼,

잠겨 있다 어깨를 흔들다

어떤 여백으로도 가질 수 없는 간격

무엇도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

가지가 부러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작은 부리들

푸른 얼굴을 한 네가 푸른 얼굴 위를 걸어간다

우리는 모두 사로잡힌 사람이다

한참을 빗속에 서 있는다

익사하지 않는다.

 

[서평 talk]  

익사하지 않는 존재의 비밀스러운 저항, 물과 밤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의 고요한 흔들림이 느껴지는데 이러한 고요함은 어수선한 현실에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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