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중국이 올해 최대 5000만t 규모의 철강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공급 축소는 국내 철강업계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이 같은 흐름을 기회로 삼아, 가동률 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라는 이른바 '양손 전략'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 기조와 미국·유럽연합(EU)의 무역 규제 압박에 대응해 구조적인 감산에 본격 착수했다. 과잉 공급 문제가 지속돼온 범용재 생산을 줄이고, 내수 위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철강 수출은 올해 3% 감소하고, 2026년까지 감소 폭이 3분의 1에 이를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감산 흐름을 전망했다. 실제로 내년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약 9억4600만t 수준으로, 감산 정책이 처음 시행된 2020년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부진에 내수 위축까지 겹치면서, 2024년과 2025년 철강 생산은 각각 2%, 3%씩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공급 축소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철강 시장의 수급 부담도 그만큼 완화된다. 철강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철강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생산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 3사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79.8%로, 전년 대비 4.6%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1분기 가동률은 80.5%로, 지난해 평균인 82.8%보다 낮았으며, 세아제강의 특수강 가동률도 81.9%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반면 포스코는 냉연, 도금, 전기강판, 스테인리스강(STS)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며, 1분기 가동률을 88.1%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평균(86.6%)보다도 높아, 가격 경쟁력보다 수익성 중심의 생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사례로 꼽힌다.
전기로 기반의 업체들도 감산 폭을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봉형강 가동률을 지난해 75.9%에서 올해 1분기 57%까지 크게 낮췄다. 오는 7~8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시점에 맞춰 인천공장 가동을 한 달간 중단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철근·형강 등 주요 제품의 수급 균형을 선제적으로 맞추기 위한 조치다.
철강사들의 이러한 대응은 단순한 감산을 넘어 '선택과 집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요 둔화와 원가 상승이라는 복합적인 악재 속에서 생산량을 줄이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철광석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이 지속되면서, 중소형 전기로 업체를 중심으로 체력 차이가 실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고정비 비중이 높은 전기로 업체들은 가동률 저하가 장기화될 경우 설비 활용률 악화에 따른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감산이 본격화되면 철광석 가격이 먼저 하락할 수 있고, 이는 국내 업체의 원가 부담을 줄이고 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품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가격 반등이 동반된다면 하반기 수익성 회복의 폭은 상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로 기반 대형 철강사들도 안심하긴 어렵다. 고로는 가동 중단이 어렵고 생산 유연성도 낮아, 수급 조정에 한계가 있다.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하반기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와 중국 내 감산 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철강 수요 회복과 가격 반등이 맞물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해 철강사들이 얼마나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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