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페루 안데스산맥 기슭에 사는 농부가 기후변화를 책임지라며 독일 거대 에너지기업을 상대로 10년간 소송전을 벌였으나 패소로 끝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함고등법원은 28일(현지시간) 원고 사울 루시아노 이우야(45)의 항소를 기각하고 상고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가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질학 전문가들은 재판부에 빙하가 녹아 원고의 집을 덮칠 확률이 향후 30년간 1％라는 의견을 냈다.
페루에서 농사를 지으며 관광 가이드 일도 하는 이우야는 집 근처 팔카코차 호수의 수위가 높아져 집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며 2015년 독일 에너지기업 RWE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RWE 발전소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에 안데스 빙하가 녹고 낙석과 홍수 위험이 발생했다는 논리였다. 1898년 설립된 RWE는 독일 4대 에너지기업 중 하나다. 이우야는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중 RWE의 비중에 맞춰 홍수 방지용 댐 건설비용의 0.47％인 1만7천유로(2천600만원)를 청구했다.
1심 법원은 2016년 "개별 기업이 기후변화를 책임질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페루를 찾아가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등 증거수집에 나서면서 판결이 뒤집힐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일었다.
소송을 지원한 환경단체 저먼워치는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다룬 세계에서 유일한 소송"이라며 "증거수집 단계까지 진행돼 이미 사법 역사에 기록됐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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