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산업연구원이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약 1%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6개월 전 예측치와 비교해 절반가량 하락한 수치다. 미국의 강력한 관세 부과와 무역 전쟁 여파로 수출이 -1.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 동력이 크게 위축됐다. 수출 감소는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불가피했다. 내수시장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경제 전반에 걸친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간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정책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하향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미국은 기본 관세율 10%에 더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는 아직 추가 관세가 붙지 않았으나,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갈등 심화가 계속되면 경제 지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수준의 관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한국의 수출은 1.9% 감소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전망치였던 2.2% 성장 예상과 정반대 방향이다. 무역 환경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 부진에 더해 내수 시장 상황도 불안하다. 민간 소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 여건 개선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건설투자는 인허가와 착공 실적 부진, 미분양 증가 등 구조적인 문제로 4.7%나 감소할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건설 부문의 부진은 내수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권남훈 원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이후 예상보다 강경한 무역 조치와 국내 정치적 격변이 소비·투자·건설 시장에 악영향을 미쳐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상반기 어려움을 겪었으나 하반기에도 큰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산업별 희비 엇갈려…IT·바이오헬스 선전, 자동차·철강 등 부진 지속
산업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분야가 수요 개선으로 생산과 수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헬스와 조선 산업도 하반기 일시적인 둔화가 있으나 올해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반면, 자동차, 기계, 철강, 정유, 2차전지, 가전 등 주요 제조업 부문은 국내외 수요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 해외 생산 확대 영향으로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세 부과가 집중된 철강과 자동차 업계는 당분간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수출 성적 개선을 위한 불확실성 축소가 경제 회복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과 7월까지 '줄라이 패키지' 협의를 진행 중이나 협상 결렬 시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경제 성장 전망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 여건 개선과 동시에 재정 정책이 경기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 투자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홍 연구위원은 "내수 회복 여부가 관건이며, 민간 소비가 예상대로 증가할 경우 역성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2025년 한국 경제는 글로벌 무역 갈등과 내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반적인 성장 둔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산업연구원의 중간 점검은 이러한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수출 부진을 극복하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전략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성장률 전망치가 2%대에서 1%대로 낮아진 것은 경기 침체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하반기 한국 경제가 어떠한 반전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줄라이 패키지' 무역 협상과 내수 활성화 정책이 성공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가 고비를 넘기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