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전 타결" 외치지만…조선 3사 임단협, 험난한 교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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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전 타결" 외치지만…조선 3사 임단협, 험난한 교섭 예고

폴리뉴스 2025-05-28 17:20:00 신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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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조선업계가 다시 임단협 시즌에 접어들었다. 수년 만의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최근 노조와 첫 상견례를 마친 뒤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했다. 표면적으로는 '여름휴가 전 타결'이라는 공동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협상이 순탄하게 마무리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올해 임단협의 분위기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조선업의 특성이다. 업황이 좋을 땐 일감이 몰려들지만, 반대로 불황이 오면 순식간에 한파가 찾아오는 '사이클 산업'이다 보니, 사측은 여전히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반면 몇 년간 임금 동결을 감내해온 노조는 이번만큼은 확실한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모두 지난 5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노조와 상견례를 마쳤고, 이달 들어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상에 들어갔다. 올해 교섭의 핵심 쟁점은 예상대로 ▲기본급 인상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을 14만1300원 인상하고, 정년을 만 65세까지 연장하며, 임금피크제를 없애자고 요구했다. 지난해 제시안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업계가 호황을 맞이한 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실제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노조 사무실을 찾은 것도, 갈등을 줄이고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사측의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해석된다.

한화오션 역시 기본급 인상폭과 정년 연장 등에서 HD현대와 비슷한 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 회사 노조는 "그간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의 땀과 헌신을 이제는 제대로 인정하고 보상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생산 일정을 맞추느라 현장 노동자들의 희생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임단협이 단순한 연봉 협상을 넘어 조선업계의 '기류'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조선사들의 수주량과 영업이익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신규 채용이나 설비 확장 논의까지 오르내릴 정도로 시장은 들떠 있다.

하지만 사측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조선업은 여전히 인건비 비중이 큰 노동집약형 산업이며, 한번 인상된 급여는 업황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반영된다는 부담이 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결국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경영진의 공통된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내건 올해 인상안은 지난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향후 경기를 생각하면 사측으로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임단협이 신속히 마무리된 사례는 드물었다. 삼성중공업이 9월에 타결한 것이 가장 빨랐고, 한화오션은 10월, HD현대중공업은 11월에야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조선업 노조연대는 공동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올해도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노조 측이 다시 강경책을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교섭이 길어질 경우 단체 행동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일정이나 납기 지연은 물론,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여름 전 타결이 이뤄진다면 하반기 경영계획 수립에도 숨통이 트일 테지만, 지금처럼 입장 차가 뚜렷한 상황에선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임단협의 성패는 노사 양측이 현재의 '슈퍼사이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자의 기여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 역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노조가 조금 더 현실적인 접근을, 사측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이번 협상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조선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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