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창원 LG세이커스의 주장 허일영(40)은 ‘한국판 로버트 오리’로 불린다. 오리(은퇴)는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손꼽히는 우승청부사다. 휴스턴 로케츠와 LA 레이커스, 샌안토니오 스퍼스까지 총 3개 팀에서 NBA 파이널 우승을 이룬 역대 4명 중 1명이다.
허일영 역시 2015-2016시즌 당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우승에 앞장섰고, 2021년부턴 서울 SK 나이츠에서 뛰며 2021-2022시즌 우승 반지를 꼈다. 이번 LG에서도 정상에 서며 KBL 사상 최초로 3개 팀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룬 선수로 기록됐다.
27일 한국스포츠경제 사옥에서 만난 허일영은 “선수 생활이 몇 년 남지 않았는데 이룰 건 다 이룬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오리온에선 오래 뛰었고, 이후 SK에 갔는데 거기선 제 고집대로 하기보단 이미 선수단 문화가 만들어져 있더라.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다가 갔던 터여서 그런 문화에 맞춰보려고 노력했다. (팀을 옮기면서) 참는 부분도 생기더라. 조금씩 맞춰 나가려 했다”고 각 팀들에 융화될 수 있었던 비결을 고백했다.
허일영은 사실 LG라는 팀에 녹아 드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감독님은 선수들 입장에선 까다로운 스타일이시다. 워낙 준비를 많이 하시고 꼼꼼하시다. 흐트러지는 걸 싫어하신다. 물론 어린 선수들은 마인드가 좋아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상대 팀은 지난 시즌까지 속했던 친정 SK였던 터여서 비교가 되기도 했다. 허일영은 “지난 3년 동안 듣지 못했던 (감독님의)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감독님은 고집이랄까, 뚝심이 워낙 있으시다. (잘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눌러가면서 시즌 끝나고 (속 시원하게) 얘기하자고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이해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같이 가자고 달래주셨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그런데 막상 시즌 결과가 너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허일영은 선수 생활 황혼기를 이미 훌쩍 넘었다. 리그에서 가장 젊은 사령탑인 1983년생 김효범 서울 삼성 썬더스 감독과 나이 차이가 불과 2살 밖에 나지 않는다. 허일영은 “남은 기간 최대한 몸 관리를 잘해 부상 없이 뛰면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바랐다. ‘훗날 은퇴 후 지도자로서 변신할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선 “감독님을 보면서 ‘정말 힘든 자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때가 되어봐야 알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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