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에어컨 시장이 올해도 일찌감치 달아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은 단순한 냉방 성능이 아닌 에어컨을 축으로 플랫폼과 연결성을 확보, 사용자 생활 전반을 장악하려는 스마트홈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더위를 식히는 기계’가 아닌 ‘집 전체를 제어하는 허브’를 누가 먼저 점유하느냐가 핵심이 된 것이다.
5월 중순부터 에어컨 판매는 급증세다. 양사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월 하루 평균 냉방 가전이 1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5월 중순까지 스탠드형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른 더위와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코프 AI 무풍콤보 갤러리’를 앞세워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와의 통합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스마트폰·냉장고·세탁기·TV 등 다양한 기기를 스마트싱스로 묶고, 그 중심에 에어컨을 배치해 에너지 관리 허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기능은 전기요금 예측, 소비 패턴 분석, 태양광 연계까지 포함해 단순 연결을 넘어 에너지 생태계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25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에는 ‘AI 쾌적’, ‘AI 절약모드’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실내외 온도와 습도, 사용자 패턴을 분석해 냉방 모드를 자동 전환하거나 절전 운전을 통해 전력 소비를 최대 30%까지 낮추는 기능이다. 사용자는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실시간 전력 사용량을 확인, 전기요금 누진 단계 진입 전 알림도 받을 수 있다.
LG전자 역시 AI 기술을 중심에 놓고 정면승부에 나섰다. 2025년형 휘센 타워 에어컨은 ‘AI 스마트케어’, ‘쾌적우선 모드’, ‘공간 감지 냉방’ 기능을 탑재해 직관적인 제어를 강조한다. 위치·활동량·실내외 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냉방 출력을 자동 조절하고, 쾌적도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사용량은 줄인다. 공간 감지 센서는 바람 방향을 사용자 위치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음성 인식도 강화됐다.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과 뷰I 프로는 “너무 추워”, “바람 안 오게 해줘” 같은 자연어 명령으로 온도나 바람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레이더 센서 기반 ‘AI 바람’ 기능은 사람 위치를 실시간 감지해 바람을 보내거나 피하도록 설정 가능하다. LG전자는 주요 가전 전반으로 AI 기능을 확대할 예정이다.
스마트 기능은 양사 모두 제공되지만, 전략 방향은 갈린다. 삼성전자는 통합 플랫폼과 에너지 허브로의 확장을 강조한다. 에어컨을 작동하면서 조명·커튼·공기청정기 등 연동된 기기들이 함께 반응하도록 설정, 스마트싱스의 ‘루틴’과 ‘모드’ 기능을 통해 구현된다. 외출이나 귀가 시점에 맞춰 여러 가전이 자동으로 절전 또는 쾌적 모드로 전환돼 개별 제품 단위의 AI 기능에 초점을 둔 LG전자와는 차이가 있다.
반면, LG전자는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과 AI 자율성에 집중, ‘씽큐(ThinQ)’를 중심으로 자사 가전의 통합 제어를 강화한다. 에어컨의 냉방과 공기질 제어는 씽큐 앱으로 통합 관리, 구글 어시스턴트·아마존 알렉사 연동을 통한 음성 통제도 가능하다. 여기에 Matter 기반 호환성을 더해 다양한 외부 기기와의 연결성도 확대 중이다.
에어컨은 이제 단순 가전이 아니다. 집 안 공기, 전기, 데이터의 흐름이 집중되는 ‘스마트홈의 관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스마트싱스 생태계의 출입구로 삼고 전략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사용자 개입을 최소화한 AI 중심 플랫폼을 앞세운다. 누가 더 ‘많이 파느냐’보다 ‘어떤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느냐’가 본질이 된 셈이다.
업계는 올해 여름을 스마트홈 주도권의 분수령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 에너지 가격 상승, 프리미엄 가전 수요 확대 등 구조적 변화가 플랫폼 중심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을 누가 더 많이 파느냐보다 어떤 플랫폼을 통해 파느냐가 시장의 본질이 됐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더 이상 단순한 판매 실적을 넘어 스마트홈·에너지관리·사용자 경험이라는 장기 전략이 집약된 플랫폼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