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배터리 등 주요 사업이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 1분기 적자 전환한 SK이노베이션이 대표 교체라는 강수를 꺼냈다. 지난해 알짜 계열사인 SK E&S와 합병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했음에도 반등 가능성이 보이지 않음에 따라 충격요법을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박상규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물러나고 장용호 SK㈜ 사장과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이 공동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주요 사업을 관리하는 총괄사장은 장용호 사장이, 사내이사인 대표이사는 추형욱 사장이 맡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소집해 이러한 안건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규 사장은 2023년 12월 총괄사장직에 올랐고 2024년 3월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을 이끌며 회사를 자산 100조원 규모 동아시아 최대 에너지·화학 기업을 출범시켰지만, 정유·석화·배터리 업황 악화라는 삼중고를 넘지 못하고 대표 취임 1년여 만에 낙마했다.
재계에선 장용호 사장이 지주사 사장을 겸직하며 SK에너지(정유)·지오센트릭(석화)·온(배터리) 등 주요 계열사 의사결정에 관여할 것으로 본다. 그룹 내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장용호 사장이 친정 체제를 구축한 만큼 하반기 중 SK이노베이션 계열사에 대한 리밸런싱(자산 재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한 사업 효율화가 잇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중국·중동발 공급과잉에 따른 석화 업황 침체에 직면한 지오센트릭, 투자자와 약속으로 인해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완수해야 하는 온 등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복상장 논란으로 IPO 관련 절차가 멈춘 SK엔무브의 시계를 다시 돌려야 하는 것도 장용호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이익 6247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추형욱 사장은 전과 마찬가지로 E&S를 이끌 전망이다. 원래 사내이사였던 추 사장은 주총결의 없이 이사회 결정만으로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만큼 신속한 리더십 교체를 위해 총괄사장과 대표이사를 장용호 사장과 추형욱 사장이 나눠맡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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