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역사의 중견 제약사 동성제약이 오너 일가 간의 경영권 분쟁과 유동성 위기를 동시에 겪으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5월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부도가 발생했고 회사는 회생 신청을 통해 일시적인 채무동결에 돌입했다. 그러나 내부 분열과 신뢰 추락, 실적 악화가 겹치며 정상화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동성제약은 지난 8일 1억 300만 원 규모의 어음 부도를 시작으로, 13일(1억 3,917만 원), 14일(4,000만 원), 15일(7,612만 원), 21일(1,725만 7,200원)까지 이달에만 다섯 번의 부도 공시를 냈다.
회사 측은 "법원의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인해 채무를 연장하거나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이러한 유동성 위기 속에서 동성제약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사는 신청 배경에 대해 “경영정상화와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전을 위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해당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같은 날 오전 공식 접수가 이뤄졌다.
이번 위기의 중심에는 이양구 전 회장(오너 2세)과 나원균 현 대표(오너 3세)의 경영권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2023년 말 이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외손자인 나 대표에게 경영을 넘긴 뒤, 올해 4월 이 전 회장이 보유하던 14.12% 지분 전량을 비상장사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셀레스트라 대표인 백서현 씨가 6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현재 동성제약의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했으며, 자신을 의장으로 하고 이사회 및 감사 전면 교체를 추진 중이다. 특히 나 대표와 이사진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위법행위 유지금지 가처분 소송 등 법적 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 신청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대결은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임시주총 소집 등 권리행사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나 대표 측의 ‘시간 벌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성제약은 오랜 업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여러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2011년에는 스테로이드 불법 첨가 화장품 논란, 이후 이양구 전 회장의 리베이트 혐의 재판 등으로 ESG 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기도 했다. 최근 6년간 5년 적자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염색약 ‘세븐에이트’ 등 주력 제품의 매출까지 감소세를 보였다.특히 고금리 전환사채 발행과 무리한 자금계약이 유동성 악화를 심화시켰고, 올해 초부터는 단기 어음 결제조차 불가능해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법원이 회생 신청을 수용하더라도 단기 자금난과 브랜드 신뢰도 회복은 과제로 남는다. 업계에선 “누가 경영권을 잡더라도 정상화는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동성제약 주식은 거래정지 상태이며, 신주 발행 가능성에 따른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경영권 분쟁 방어를 위해 주주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성토가 잇따른다.
법원이 향후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동성제약은 청산 수순에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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