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대] 한국이 선점하려면...범정부 컨트롤타워 ‘초읽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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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시대] 한국이 선점하려면...범정부 컨트롤타워 ‘초읽기’ (하)

한스경제 2025-05-28 11: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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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북극항로 상업운항으로의 참여, 더 나아가 주도권 선취에는 도전과 기회가 공존한다. 이 항로에 진출해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핵심 국가로 도약하는 것만이 현 세대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설파하는 전문가들조차 한국은 이미 충분한 역량과 필요성을 갖췄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조선소, 경쟁력 있는 해운 선사, 일취월장한 항만 인프라, 첨단 IT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음에도 북극 전략에 있어 정부와 민간 모두 스스로 후발주자의 위치에 머무르려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극지 과학탐사를 위한 쇄빙연구선을 7500톤급 ‘아라온호’ 1척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 기본설계까지 완성된 1만6000톤급 차세대 쇄빙연구선 도입은 예산 부족으로 건조 사업자 선정도 못한 채 현재까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친환경 쇄빙 컨테이너선 개발도 아직 개념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본격적인 설계와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예산 투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북극항로를 실효성 있게 활용하려면 쇄빙선을 포함한 인프라 외에도 극지 맞춤형 해상보험 체계, 선박금융 시스템, 항로정보센터 구축, 극지전문대학원 설립과 같은 인재 양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민간 기업들은 북극의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법·제도적 지원의 부재로 인해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수범 고려대 법학연구원 원외연구위원은 “선박과 화물을 보호할 수 있는 극지 전용 보험 제도와 정책금융 기반의 지원체계가 뒷받침돼야 북극항로 상업운항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며 “외교 측면에서도 북극이사회, 국제해사기구 등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외교 전략이 필요하며 과학연구 협력과 환경보전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한국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부터 북극항로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여 왔던 사실이 확인됐다. 2013년은 한국의 북극정책 추진 원년으로 회자된다. 한국이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정식 옵서버 지위를 획득함과 동시에 첫 국가 북극정책인 ‘북극정책기본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2018년 ‘북극활동기본계획’을 세웠고 2021년에는 ‘2050 북극전략’까지 성안해 발표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시행된 ‘극지활동진흥법’ 제6조에 의거, 2022년 첫 선을 보인 극지활동진흥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정부는 신기술 기반 북극항로 운항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027년까지 북극항로를 운항할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핵심 기술을 개발·실증 과정을 거쳐 건조 기반을 확보하고 지난해부터는 빙(氷)해역 운항 선박의 손상 저감 및 시스템 수명 예측 등 선박 관리 기술 개발과 북극해운정보센터 구축·운영에 착수했다. 올해는 북극 환경을 고려한 자율운항 시스템 개발 및 실증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전문가들은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만 고군분투하고 유관 부처가 각각 따로 움직이면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북극 활동이 어느 한 부처만의 일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조선, 해운, 외교, 과학, 기후, 에너지 등 여러 분야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정부 내 유관 부처들이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다.

북극해의 연안 구조물 / 미국 안전 및 환경 집행국(BSEE) 제공
북극해의 연안 구조물 / 미국 안전 및 환경 집행국(BSEE) 제공

김민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경제전략연구본부장은 “2013년 수립된 북극정책기본계획부터 2022년 극지활동진흥기본계획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범부처’ 차원에서 북극정책과 활동을 협의하는 기구의 출현이었다”며 “이제는 말뿐인 계획이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범부처 북극 정책 협의회’(가칭)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31일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은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북극항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북극항로 특별법에는 국내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담겨 있다.

법안을 들여다보면 대통령 직속의 ‘북극항로위원회’ 신설 내용이 우선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위원회가 단순히 항로뿐 아니라 북극 경제·과학 전반을 논의하는 범국가적 기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북극항로에 필요한 해외 동향과 해빙 현황과 같은 정보제공을 위한 ▲북극해운정보센터의 설치·운영(제12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금융지원 시책 추진(제15조) ▲기술 및 전문인력의 국제교류(제13조) ▲전문인력양성(제10조) ▲북극항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제11조) 등이 북극항로 특별법의 골자다.

김민수 KMI 본부장은 “북극항로 특별법이 시행되면 구체적인 기본계획 수립이 뒤따를 것”이라며 “여기에 극지과학·R&D 클러스터 조성, 북극항로 산업 클러스터 기반의 초광역 협력체계 구축, 북극항로 메가프로젝트 발굴·추진 등 단계적이고 실현 가능한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소개한 극지활동진흥기본계획(2022년 수립)은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국내 지원 기반 마련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 무르만스크 등 북극항로 허브 항만과 국내 항만 간 연계 사업 발굴, 국내 항만·국적 선사의 북극항로 진출 기반 조성, 국적 선사의 북극항로 선박 운항 참여 가능성 검토, 부산항 등 국내 주요 항만과 북극항로의 연계 방안 마련을 세부 사업으로 제안하고 있다.

북극항로 특별법은 이처럼 정부 계획에 이미 포함된 사업들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추진이 요원한 상황을 반전시킬 ‘결정적인 한 방’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본부장은 “북극항로 특별법이 발의돼 제정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이들 사업을 재정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저케이블과 친환경 어선, 에너지 개발, 위성 등 미래 전략산업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북극항로가 단순한 대체 항로가 아닌 연계 산업의 동반 진출을 통한 국내 산업의 글로벌 무대 확장과 직결됨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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