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분류돼 보호가 시급하지만 정작 어민들은 애물단지 취급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점박이물범이다. 지난해 서해 백령도 해안에서 점박이물범이 집단으로 목격됐다. 얼굴은 수달처럼 부드럽고 몸 전체엔 표범처럼 짙은 점박이 무늬가 돋보인다. 점박이물범은 바다표범의 한 종류다.
해달·바다사자·물개와 같은 종에 속한다. 한국 바다에서는 고래를 제외하면 떼 지어 서식하는 해양 포유류는 물범이 유일하다.
현재 인천 최북단 백령도에 약 300마리가 집단으로 서식 중이다.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서도 5~6마리가 관찰되고 있고 제주도나 동해에서도 간헐적으로 홀로 떠도는 개체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백령도 명도에서 확인된 물범은 총 324마리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았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점박이물범
점박이물범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분류돼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이름 그대로 몸 전체에 흑갈색 또는 검은색 점이 흩어져 있다. 짙은 회색 바탕에 퍼져 있는 반점은 개체마다 무늬가 달라 일종의 지문처럼 구분이 가능하다. 몸길이는 평균 1.52미터, 무게는 70~130kg 정도로 다 자란 수컷은 상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동그란 얼굴과 큰 눈, 짧은 콧잔등은 친근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야생 해양 포식자다.
여름철에는 백령도와 같은 한국 서해안 암초 지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번식을 시도한다. 겨울에는 북쪽으로 이동해 얼음 위에 올라 쉬기도 한다. 야행성은 아니지만 활동 시간 대부분을 물속에서 보내며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중간 포식자 역할을 한다. 주로 물고기와 오징어, 갑각류를 사냥하며 민감한 청각과 수중 시력을 통해 어두운 해저에서도 정확히 먹이를 찾아낸다.
점박이물범은 1970년대까지 서해 연안, 특히 백령도 근해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어획,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심각한 생존 위기에 처했다. 현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며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331호’로도 등록돼 있다.
물범이 한국의 백령도를 택한 이유
백령도는 물범에게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물범이 좋아하는 노래미 같은 먹이가 풍부하고 기본적으로 천적이 없다. 백상아리가 드물게 나타나긴 하지만 개체 수가 많지 않다. 물범은 번식을 위해 10월쯤 중국 랴오둥반도로 이동한다.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고 봄이 되면 새끼를 데리고 다시 백령도로 돌아온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는 약 8000마리가 서식했지만 남획으로 먹이가 줄고 수온이 올라가면서 서식지가 줄었다. 현재는 약 1000마리 남짓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300여 마리가 백령도에서 매년 발견되고 있다.
문제도 있다. 백령도 특산물인 까나리, 노래미가 물범의 주요 먹잇감이다. 물범은 어망을 뜯고 통발 속 물고기를 꺼내 먹는다. 때문에 어민들 입장에선 멸종위기종으로 보호가 시급한 점박이물범이 애물단지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지역은 군사작전구역 근처라 조업 자체에 제한이 많고 중국 어선도 자주 출몰한다. 여기에 물범까지 어획량을 줄이면 생계에 부담이 커진다.
물범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인공 쉼터 조성, 해양 쓰레기 제거 등 환경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생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마스코트로 물범이 선정됐고 2025년부터는 인천시 공식 마스코트로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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