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이 여름 이적시장 초반에 헛발질을 반복하는 건 구단의 복잡한 의사결정 시스템, 이에 적응하지 못한 막스 에베를 단장의 실패 때문이다.
바이에른은 현재까지 이적시장 전략이 번번이 실패하는 팀이다. 일단 독일 최고 천재로 꼽히는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 영입에 ‘올인’하려 했다가, 리버풀과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고액연봉자를 여럿 방출하는 과정에서 리로이 사네를 자유계약(FA)으로 풀어주기 아까워 연봉삭감을 통한 재계약을 추진했는데, 사네 측에서 조건을 수용하는 척하다 돌연 거절하면서 결국 이적료를 받지 못하고 내보낼 듯 보인다.
김민재의 무리한 방출 시도 역시 그리 합리적인 방향은 아니다. 바이에른은 독일 대표 센터백 요나탄 타의 FA 영입을 이미 성사시켰지만, 에릭 다이어가 나갔기 때문에 센터백 숫자는 그대로다. 최근 분위기처럼 김민재를 팔아버린다면 그 자리를 타가 대체하는 게 아니라, 새 센터백을 더 영입해야 한다. 김민재를 적극 판매하면서 ‘바겐세일’을 감수하기 때문에 비슷한 실력의 센터백을 영입하려면 김민재보다 비쌀 것이 유력하다.
김민재 외에도 올여름 내보내고 싶었던 세르주 그나브리, 레온 고레츠카, 주앙 팔리냐, 하파엘 게헤이루, 킹슬리 코망 중 순조롭게 새 팀을 찾아가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대부분 잔류하거나, 바이에른이 눈물을 머금고 대폭 할인을 해줬을 때 굉장히 낮은 이적료로 떠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일하기 힘들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헛발질 투성이
기본적으로 바이에른은 단장이 일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환경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바이에른의 의사결정 구조는 전세계 어느 구단보다도 복잡하다. 일종의 형식상 모기업인 e.V의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 구단 경영을 이끄는 얀크리스티안 드레젠 CEO가 형식상 리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자문위원회가 존재한다. 자문위원회에 전설적 선수 출신 경영인이었던 울리 회네스 자문위 부회장, 여기에 칼하인츠 루메니게 부회장 등 왕년의 실무자들이 아직도 막후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특히 회네스 부회장의 권력이 아직 막강하다. 에베를 단장은 이 모든 ‘상전’들의 눈치를 보면서, 실무상 협력부서인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디렉터, 뱅상 콩파니 감독과도 협력해야 한다.
그 속에서 에베를 단장은 많은 무리수를 두고 있다. 뭐라도 주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만하다. 작년 여름 타 영입에 한 차례 실패한 것도 상전들 때문이었고, 올여름 비르츠 영입을 적극 추진하다가 실패한 것도 상전들 중심이었다. 그 속에서 에베를 단장은 비르츠를 제외한 영입건을 주로 담당했는데, 김민재 방출이 여기 포함된다. 이적시장 개장을 앞두고 에베를 단장의 구상이 자문위의 재가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전략을 수립한 건 에베를 단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에베를 단장이 위로는 눈치를 보면서도 콩파니 감독을 상당히 무시하는 듯 보인다는 게 문제다. 콩파니 감독은 기본적으로 초보 감독이고, 발언권이 약한 게 사실이다. 구단이 사 주는 선수를 잘 받아쓰는 입장이다. 그렇다 해도 보유한 선수의 방출에 대해서는 의견을 교환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코칭 스태프의 구상을 상당 부분 무시하고 있다. 김민재 방출 시도가 대표적이다. 이번 시즌 출장 횟수와 후방 수비 전술, 빌드업에서 차지한 비중을 두루 고려할 때 콩파니 감독은 김민재를 신뢰하고 있다. 지나치게 신뢰해 몸 상태를 망가뜨릴 정도다. 그러나 구단은 김민재 방출을 추진 중이다. 이적료 할인을 감수해가면서 굳이 팔겠다는 태도다.
▲ 사공이 너무 많아서 비르츠 영입도 실패
플로리안 비르츠 영입 실패 역시 구단 내부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문제가 작용했다. ‘키커’에 따르면 비르츠 활용에 대한 코칭스태프와 구단 수뇌부의 구상이 달랐다. 뱅상 콩파니 감독 등 코칭 스태프는 비르츠와 자말 무시알라를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4-1-4-1 포메이션을 생각했다. 반면 경영진은 비르츠 한 명만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무시알라를 측면으로 이동시키는 4-2-3-1 포메이션을 그렸다. 이처럼 바이에른이 확실한 상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리버풀은 비르츠에게 줄 포지션과 역할을 더 명료하게 설명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바이에른으로 가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만 좋지, 선수 입장에서는 썩 좋을 것 없다는 걸 보여준다. 바이에른은 이미 비르츠와 동갑인 공격형 미드필더 무시알라가 있다. 독일 대표팀에서는 두 선수가 잘 공존하고 있지만 굳이 같은 클럽으로 이적해 두 개의 태양을 공전시키는 건 전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바이에른 입장에서는 무시알라의 백업 멤버가 없기 때문에 두 천재 미드필더를 따로 또 같이 다양하게 활용한다면 번갈아 부상을 당하거나 휴식을 취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선수들 입장에서는 자신 중심의 팀을 꾸리고 싶기 마련이다.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감독도 비르츠의 바이에른행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인 발언에서는 비르츠에게 어느 팀도 추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리버풀행을 좀 더 권한 듯 보인다. “아직 공식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리버풀 이적은 매우 좋은 산택이 될 것이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무시알라와 함께 뛰는 것도 좋았겠지만, 두 선수는 같은 팀에 있지 않아도 대표팀에서 잘 어울린다”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 바이에른도 입장이 달라졌다
오랫동안 바이에른은 이적시장에서 그다지 현명하지 않아도 되는 팀이었다. 일단 독일 최강팀이라는 자산이 있기 때문에 독일 국적 및 독일 리그 선수들 영입이 쉬웠다. 어차피 타국 빅 클럽에 비해 이적료도 연봉도 적게 지출하는 편이라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이에른은 30대로 접어드는 해리 케인 영입에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척 내놓는가 하면, 고연봉 선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등 지출이 늘어나는 중이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빅 클럽들과 경쟁해 타국 선수를 비싸게 사 와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복잡한 구단의 의사결정 구조는 비효율성과 내부 잡음을 초래한다. 게다가 바이에른은 독일의 절대 1강인만큼 엄청난 관심을 받는다. 구단의 내부 소식이 매일 각종 매체에서 생중계된다. 보안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지금처럼 회네스 명예회장이 ‘상왕’으로서 막후 권력을 휘두르고, 에베를 단장도 자기 마음대로 팀을 구성하고 싶어 자신의 의사가 담긴 조치를 추가하는 형태로는 타 구단과 경쟁에서 자꾸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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