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법률 자문까지 제공하는 시대가 열렸다. AI는 방대한 지식을 손안에 제공하지만 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은 여전히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과 글로벌 IT 기업들은 "독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본능이자, AI 시대일수록 인간 생존의 핵심 역량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
AI 시대에 독서는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사고력 훈련의 핵심 무기다. AI는 무한한 정보를 복제하고 나열하는데 탁월하지만 인간은 책을 통해 정보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차이는 AI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문해력의 기준을 제시한다. 이제는 단순한 텍스트 해독을 넘어, AI가 쏟아내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비판적으로 질문하고 맥락을 파악하며,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능동적 지적 활동이 바로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MIT 미디어랩 보고서는 AI 시대의 인재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 즉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사고력은 오랜 시간 독서를 통해 축적된다고 지적된다. 실제로 미국 교육업체 르네상스 러닝의 'What Kids Are Reading 2025' 보고서에서는 하루 15분 이상 꾸준히 독서한 학생들이 비독서군보다 비판적 사고력에서 평균 22% 이상 높은 점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서가 단순 학업 성과를 넘어 고차원적 사고 능력 개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밀리의 서재 방은혜 AI 서비스 본부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트업 커넥션에서 "인류 최초의 독서는 기원전 3500년경 점토판을 읽는 것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매체만 변화했을 뿐 독서 행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AI 시대에도 독서, 즉 사고력과 감수성을 기르는 행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이며 AI와 독서는 단순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임을 강조한다.
더불어 AI의 역할은 독서의 의미 재조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독서 습관을 형성하게 돕는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방 본부장은 "AI 스마트 키워드, 페르소나 챗봇 등이 독서의 장벽을 낮추며, 독서가 일상적인 습관이 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I는 방대한 정보를 검색해 요약하는 데 강점을 보이지만, 인간만이 맥락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을 지녔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같은 문장도 상황과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러한 해석력은 AI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인간의 고유한 병렬적, 맥락적 지능이며, AI 시대에 더욱 주목받는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이런 인간만의 인지역량에 대한 중요성은 최근 국제 연구에서도 알 수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16일 발표한 논문 ‘The Impact of Literary Reading on Adult Cognition’에서, 3년간의 추적 연구 끝에 독서가 성인들의 의사결정 능력, 사회성,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는 독서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인간 삶과 사회 전반에서 핵심적인 인지 기능 향상에 기여함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결과다.
이와 더불어 19일 영국 BBC는 영국 엑서터대학교 교수진의 분석을 인용해 "AI는 정보를 요약하지만, 인간은 독서를 통해 개념 사이의 연결성과 의미망을 구축한다"고 전했다. 결국 AI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단편적인 정보에 불과하며, 인간만이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지식 네트워크와 통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망 형성 능력은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독서가 강화하는 인간적 지능은, 정보 과잉과 사고 편향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힘이 되어준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 위주로 정보를 소비하면 정보 편식이 심화되고, 확증 편향 역시 강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독서는 다양한 관점과 깊이 있는 사유로 인지적 면역력을 길러준다. 이렇게 탄탄한 독서 기반 위에서야 비로소 수동적인 정보 소비에서 벗어나, 비판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역량이 키워진다.
이처럼 독서 습관은 미래 세대의 성장뿐만 아니라, 오늘날 리더의 성공에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독서 습관을 어릴수록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고 입을 모으며, 꾸준한 독서는 아동의 어휘력, 공감력, 자기조절력까지 눈에 띄게 키운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하루 20분 이상 독서하는 초·중·고생은 스트레스가 25% 낮고, 학업 집중도는 1.7배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독서가 단순 학업 성취를 넘어, 정서적 안정과 학습 효율성까지 책임진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테크 기업의 CEO들도 독서의 힘을 강조한다. 구글은 21일 열린 'Google I/O 2025'에서 디지털 문해력 증진을 위한 교육용 AI 툴을 공개하며, 순다르 피차이 CEO가 "AI가 제공하는 답을 비판적으로 해석할 힘은 독서와 토론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이 단순 기술 활용 능력이 아니라, AI가 만드는 정보의 진위와 맥락, 의미까지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임을 의미한다. 이런 비판적 독해력은 결국 재료가 되는 깊이 있는 독서에서 시작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Build에서 차세대 AI 코파일럿을 공개하며 "마지막 창조와 윤리적 판단은 독서와 성찰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조적 행위와 윤리적 결정은 독서와 깊은 성찰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또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는 "내가 만난 모든 성공한 CEO들은 독서광이었다"고 강조했으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한 해 평균 50권 이상을 읽고,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 역시 "책은 내게 세상을 설계할 언어를 줬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월 1권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가 15% 낮고, 언어 이해력은 약 1.8배 높았다. AI가 언어를 문법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그친다면, 인간은 맥락과 감정까지 함께 해석한다. 이런 인간 고유의 이해력 역시 독서를 통해 강화된다.
그러나 정보 과잉의 시대에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 자연스레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비판적 사고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하루 10분이라도 능동적으로 독서를 시작해야만 AI 시대 정보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과 언론, 글로벌 기업 등은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조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 고유의 판단력, 공감 능력, 창의력은 모두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며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책장 속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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