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식품기업 오너일가 3세들이 경영일선에 합류하며 승계에 앞선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M&A(인수합병), 신사업 추진 등 기업 주요 사업의 중추 역할을 맡으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임원진 평균 연령에 비해 비교적 나이가 적은 3세들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기업의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주도하면서 F&B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3년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온 것에 이어 최근 론칭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 등 업계에서는 이를 김 부사장의 대표 성과로 꼽는다.
해당 사업 모두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세 브랜드의 실적이 곧 김 부사장의 능력과 비례할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일단 식음료 실적은 오르는 추세다. 2023년 한화갤러리아의 매출 비중은 백화점 97.8% 식음료 2.2%였으나, 올 1분기 식음료 매출이 약 8배 상승한 18%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병우 삼양식품 상무가 기획 및 론칭한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 ‘맵(MEP)’은 최근 말레이시아로 진출하면서 동남아시아 영토 확장에 나섰다.
전 상무는 현재 삼양식품에서 헬스케어BU장 및 산하 연구소 ‘미토믹스’ 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 총괄을 맡고 있다.
전병우 상무가 담당한 사업은 대부분 ‘붉닭’ 의존도가 높은 삼양식품의 수익 구조 개선을 이끌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된다. 지난 3월에는 불닭브랜드 본부장직을 사임하면서 직접 주도한 사업 분야를 닦아나가기 위한 심산으로 해석된다.
3세에게 미래를 맡긴 기업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신상열 농심 전무가 이끄는 미래사업실은 올해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농심의 스마트팜 사업은 2030년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61%까지 끌어올리는 ‘비전 2030’의 일환이다. 농심은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스마트팜’을 추가하면서 해당 부문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3세 전면 배치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다각화 전략을 수립하는 상황에서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찬씨가 지난해 12월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특히 다음달부터는 동원그룹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풀이되는 원양어선 탑승도 앞두고 있다.
원양어선 항해사 출신인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강조한 ‘현장 경영’ 방식에 따라 동원그룹 2세들은 원양어선 혹은 공장 생산직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경으로 김씨의 원양어선 탑승을 경영수업 본격화로 바라보는 해석도 존재한다.
몇몇 성과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너 일가 특혜로 불리는 ‘초고속 승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실적이나 경영 능력 입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조산업의 경우 주진우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을 두고 지속되는 실적 부진에 ‘소방수’ 역할로 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조산업은 지난 2014년 1조3049억원의 매출과 5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20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작년에는 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시장 자체가 타 업계에 비해 트렌드에 민감한 시장이다. 경영 일선에 비교적 젊은 3세들을 배치하는 것도 기업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경험 부족이라는 리스크도 따르겠지만 현재 같은 업계 상황에서 3세로부터 성과가 나온다면 승계 작업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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