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대한항공이 기내에서 제공한 기내식에서 상한 냄새와 맛이 확인됐음에도, 본사는 “위생상 문제 없다”며 책임을 전면 부인해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은 지난 5월 5일, 싱가포르발 대한항공 KE0648편에서 벌어졌다. 사전 신청한 저자극 특별식을 받은 승객 A씨는 ‘당근 단호박즙 샐러드’에서 강한 쉰 냄새와 시큼한 맛을 감지하고 즉시 승무원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승무원은 “싱가포르에서 실리다 보니 더운 날씨로 인해 변질 가능성이 있다”며 즉석에서 사과하고 문제 식단을 수거했다. 대체 메뉴 제공과 함께, 승무원은 “비행 중 상태가 안 좋아지면 즉시 알려달라”며 승객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하지만 피해 고객 A씨의 분노는 사고 이후 대한항공 본사의 대응에서 더욱 커졌다. 비행 중 어지럼증과 복통, 귀가 후 두드러기 증상까지 겪은 A씨는 연휴로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한 채 자가 대처를 하며 이틀을 버틴 뒤, 대한항공에 정식 민원을 접수했다. 하지만 6일 만에 돌아온 공식 회신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대한항공은 “승무원이 ‘상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바 없다”, “기내식 위생 절차상 문제는 없었으며, 유사 사례 보고도 없다”며 A씨의 불편과 증상에 대해 사과조차 없이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심지어 식중독균의 잠복기까지 언급하며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장에서 기내식 변질 가능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승무원의 태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본사의 입장은 피해자에게 2차 실망을 안겼다. 이후 A씨는 담당자와의 통화를 요청했지만, 고객센터는 “사내 규정상 이메일 외 접촉은 불가능하다”며 대화를 차단했다.
승무원이 현장에서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했던 사실과 달리, 본사는 전반적인 책임을 부인하는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대한항공의 사후 대응에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기내식 품질과 위생은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승객 보호에 힘써 신뢰받는 기업을 추구하기보다는, 책임 회피에 치중한 기업 태도가 오히려 신뢰를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건과 관련, 대한항공 본사 측은 싱가포르 현지 기내식 업체 조사를 진행했으나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찾기 어려웠다며 승객 불편사항에 대해 사과 및 보상안을 제시했으며 향후 기내식 품질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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