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12.3비상계엄 123일 만에 광장은 봄을 맞이했다.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혹은 응원봉과 깃발을 든 채 은박 담요를 덮고 밤을 새우던 청년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청년들에게 파면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서로 다른 삶 속에서 현실을 마주한 청년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다음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 은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각기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청년농업인 △성소수자 △경계선 지능인 △청년 창업인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 △자립준비청년 △다문화 청년 △청년예술인 △취업준비청년 △환경운동가 △대학생 △교사 등 12명의 청년들을 만나 8개의 물음을 던졌다. 이들은 청년을 단순한 정책 수혜자나 수단이 아닌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바라봐주기를 원했다. [21세기 청년 상소문]은 이처럼 사회의 핵심 주체인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이 다음 대통령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다. 더 나아가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청년 정책들을 비교·분석해 청년들이 자신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과 후보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고해진·정회훈 인턴기자】청년이 차기 리더에게 바라는 것은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간 청년의 소리를 외면한 결과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뉴스핌의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2030세대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 청년층의 정부 신뢰도는 28.8%로 나타났다.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아 17.9%에 머물렀다. 비단 청년의 문제만은 아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 에델만의 ‘2025 에델만 신뢰도 지표’에서 우리 국민의 정부 신뢰도는 38%로 조사 대상 28개국 중 27위에 자리했다.
이 같은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정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경제의 위축,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마주하고 있는 인구 절벽 등 당면한 위기에 대응해야 할 정치권은 이권 다툼과 정쟁에 골몰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청년을 아울러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야 할 정치가 실종되면서 국민들은 신뢰를 잃었다. 정치권은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는 공허한 울림 뿐이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이 해야 할 과업은 무엇일까.
<투데이신문> 은 12명의 청년에게 청년이 그리는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묻고 새 정부가 문제 해결로 나아가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업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정치적 의견 표명이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해 청년들이 보다 자유롭고 솔직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취재원은 닉네임으로 표기했다.
현재 정치에서 청년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고 느끼나.
그렇지 않다면 새 정부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미래성장 동력(청년 창업인·30세·남성) 청년의 의견을 반영하는 현재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못해 보완이 필요하다. 다만 청년정책으로 일정 부분들이 정치권에 반영돼 다뤄지고 있어서 더 노력해줬으면 한다.
기회보다 책임(가족돌봄청년·31세·여성) 현행 정책은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이 처한 복합적인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돌봄 부담과 동시에 생계와 미래를 위한 준비를 병행해야 하지만 주거, 일자리 등 주요 청년 정책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청년 안전망(대학생·21세·여성) 젊은 국회의원 등 미래 세대를 살피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여전히 목소리가 너무 작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개정안 문제에서 국회와 정부가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새 정부는 필요하다면 반려하고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꿈이(교사·26세·남성) 교사들도 대선을 맞아 정책 제안 활동에 열심이다. 하지만 얼마나 반영될지는 의문이다. 청년의원 쿼터제 등 기계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교사 출신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가면서 법률 발의의 질이 확연히 달라졌던 것이 떠오른다.
내일은 맑음(취업준비청년·27세·여성)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근래 정부들은 청년의 니즈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새 정부는 청년과 직접 소통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발언권 약한 청년의 소리를 듣는 자리가 정례화돼야 비로소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퀴어는 퀴어다(성소수자·26세·남성) 청년은 단일하지 않다. 정치권의 관심사와 가까운 일부 집단의 말만 과다반영된다. 정작 청년 성소수자나 일용직 노동자 등 소수자는 배제된다. 차기 정부는 눈에 보이는 청년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에서 실종된 청년들의 목소리를 찾아 들어야 한다.
꿈을 위한 도전(경계선지능인·25세·남성) 20% 정도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청년의 의견을 청취한 뒤 그러려니 하고 두는 경우가 많다. 느린학습자를 포함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자리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되 이를 꼭 지켜야 한다.
외국인주민 명예대사(이주배경청년·27세·남성)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정책위원회 자체에 다문화 당사자가 적어 정책에 현실이 잘 반영되고 있지 않다. 범정부 차원에서 결혼이민자, 이주배경 청소년, 외국인 노동자 등 세분화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일상 속 예술(청년예술인·29세·남성)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 기득권의 목표와 맞을 때 일부 반영될 뿐이다. 결국 바뀌기 위해서는 공론화하는 장이 필요하다. 정치적 논리에 따르기 급급해 정작 청년들에게 설명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부재한 상황이다.
현장을 보는 눈 (청년 농부·30세·여성) 반영되고 있지 않다. 앞서 청년농 정책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소관 부처가 무책임했고 해결해 줄 사람이 없으니 청년들이 싸워서 받아내야만 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정부가 필요하고 공약을 제시하면 확실하게 약속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칠전팔기 자립이(자립준비청년·27세·남성) 정부는 청년을 단일한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의 정밀성,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제도 밖 청년은 정책의 테두리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려면 청년이 수혜자가 아닌 정책 당사자가 돼야 한다.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환경운동가·25세·여성) 함께 책임질 수 있는‘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새 정부가 해야 할 노력이다. 지금은 기후위기를 두고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대립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존중받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대통령이 어떤 모습인지 그려본다면.
미래성장 동력(청년 창업인·30세·남성) 청년층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취업, 결혼 나아가 육아까지 다양한 정책이 청년들을 위해서 추진되고 있는데, 더 나아가 그 청년들의 미래인 중장년층, 고령층의 헌신을 인정하고 면밀히 살피며 관련 정책들을 많이 추진, 집행해줬으면 한다.
기회보다 책임(가족돌봄청년·31세·여성) 단순히 유행하는 단어나 콘텐츠로만 청년을 상대하려 하지 말고 청년의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청년 중 누군가는 기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최소한의 기반을 다지고 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청년 안전망 (대학생·21세·여성) 청년들이 원하는 ‘내가 살 곳’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청년의 요구를 대변한다고 해서 노인의 목소리를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정 세대에 편중되지 않고 모든 세대의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가꿈이(교사·26세·남성) 미래 세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국민연금 문제에서는 청년을 외면했었다. 고령인구가 많아져 실버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처럼 청년의 목소리도 같은 층위에서 두고 살펴보길 바란다. 현재와 미래를 저울질 하는 모습의 리더는 아니길 바란다.
내일은 맑음 (취업준비청년·27세·여성) 정책의 이행 그리고 그 결과로 묵묵히 신뢰를 쌓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 어떤 정책을 위해 봉사할지는 모르겠지만 청년이 바라는 것은 명확하게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퀴어는 퀴어다(성소수자·26세·남성) 청년의 모습을 따라하거나 젊은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은 되려 거부감이 든다. 대통령 스스로 청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어른으로 남아야 한다. 어른으로서 포용하고 어떤 문화를 형성해 나갈지 고민 해야 한다.
꿈을 위한 도전(경계선지능인·25세·남성) 그간 청년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있었지만 개인적인 생각엔 전혀 청년의 뜻을 고려하지 않았다. 특히 느린학습자 청년, 장애인 청년 등이 배제됐다. 새로운 리더는 이들의 의견도 충분히 듣고 우리의 소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외국인주민 명예대사(이주배경청년·27세·남성) 청년을 정책의 수혜자로 보지 않고 정책의 동반자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만민공동회’가 신분과 계층을 초월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이 같은 모습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일상 속 예술(청년예술인·29세·남성) 제대로 된 선례를 떠올리기 어렵다. 수권자가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경우도 없었고 너무 순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어리면 무시하는 게 기본인 사회였다. 지금과 같은 모습에서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
현장을 보는 눈(청년 농부·30세·여성) 청년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정책 주체로 인식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청년은 미래의 주역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창업, 농업, 자립 등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을 살피고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칠전팔기 자립이(자립준비청년·27세·남성) 청년들은 주거 불안, 불안정 노동, 교육 격차, 돌봄 책임 등 각자의 배경에서 분절돼 살아가고 있다. 다양성, 교차성을 이해하고 주체가 되는 청년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또 청년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는 제도화와 예산을 배정해줘야 한다.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환경운동가·25세·여성) 청년이라는 이미지를 소비만 하거나 사회에서 배제된 목소리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인 청년의 목소리를 인정하고 경청해 우리의 삶을 고려, 이해하는 대통령을 바란다.
<투데이신문> 이 대통령과 국정 운영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취재한 투데이신문>
청년 12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자주 언급되거나 강조된 주요 키워드를 시각화한 표.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 중 공통된 것은 청년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청년들은 각자 다양한 배경에 놓인 청년 세대의 교차성을 이해하고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로서의 청년을 그릴 것을 희망했다.
청년이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제 청년들에게 남은 건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 나가는 청년을 인정하고 정책의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는 리더를 찾는 것 뿐이다.
*기사에 실린 이미지는 AI 모델인 뤼튼(Wrtn)를 통해 생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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