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 중국발 해상운임 급등,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 등 ‘3중고’에 직면하며 수출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악재는 단기적으로는 수출 채산성 악화,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내 한국 기업의 입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화강세 압력에 원달러 환율 급락...하룻새 20원 하락해 1370원대 초반
22일 새벽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68.90원까지 떨어지며 1,370원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이는 전일 종가 대비 20.60원 하락한 수준으로, 최근 며칠 사이 환율 변동폭만 22원이 넘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번 급락은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환율 상향 억제’ 요구를 했다는 소문과 맞물려 원화 강세 압력이 급속히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수출대금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환차익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원화 기준으로 인건비와 재료비를 부담하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경우, 낮은 환율은 곧장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 해상운임 급등…“중국발 물류 쏠림에 비용 폭탄”
미중 무역전쟁의 일시 휴전으로 중국발 미주 노선 수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상운임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5월 9일 기준 중국발 미국 서부행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은 2,347 달러였으나, 일주일 뒤인 5월 16일에는 3,091달러로 31.7%나 급등했다. 동부행 운임도 4천 달러를 돌파하며 22% 상승했다.
이는 미중 간 관세 인하 합의로 갑작스럽게 화물 수요가 증가한 반면, 선사들이 이미 감축해둔 미주 노선 선복을 단기간에 복원하지 못해 발생한 병목현상 때문이다. 물류협회는 6월 말까지 해상운임이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 수출기업 중 다수가 물류계약을 단기 시장가(SPOT)로 체결하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운임 급등은 곧장 물류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무역협회는 국적 선사인 HMM과 협력해 할인 운임을 제공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물동량 제한으로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 트럼프 발 관세 장벽, 대미 수출 족쇄
미국이 최근 철강, 자동차, 전기차 부품 등 주요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20일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4.6% 감소했다. 이는 2개월 연속 감소세로, 특히 승용차(-6.3%), 석유제품(-24.1%), 자동차부품(-10.7%) 등 주력 품목에서 두드러졌다.
철강 수출도 부진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4월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10.2% 감소했다. 철강 계약이 대개 23개월 전에 체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월 이후 관세 부과 효과가 본격화되며 하반기 수출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업계 대응 총력…“단기 처방, 근본 해결책은 못 돼”
정부는 관세 충격에 대응해 28조 6천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대미 수출 중소기업에 1천억 원의 긴급자금과 3조원의 저리 운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미국과의 실무 협의를 워싱턴에서 재개하며 통상 압박 완화를 위한 협상에도 나섰다.
무역협회 역시 HMM과의 협력을 확대해 미주·유럽 노선에 이어 중남미, 중동까지 할인 선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은 단기적 피해 최소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환율 안정과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 그리고 다변화된 무역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수출기업들은 지금의 삼중고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환율과 운임, 관세라는 외생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전략적 계약 체결 역량 강화 등 중장기적 대응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 시대에 더욱 정교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선제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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