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주목받는 CAR-T(키메릭항원수용체-T, 이하 카티) 치료제 개발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티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첨단 치료제로 특히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혈액암 환자에게서 효과를 입증하며 항암 치료제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카티 치료제의 극복 과제로 꼽혀왔던 고형암 치료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근당은 신약 개발 기업 앱클론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카티 치료제 공동개발에 나섰다. 종근당은 앱클론이 개발 중인 혈액암 카티 치료제 ‘AT101’(제품명 네스페셀)의 국내 판매 우선권을 확보했으며, 향후 고형암을 포함한 차세대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을 계기로 국내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 카티 분야 공동전선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티 치료제는 2017년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처음 상용화됐다. 이후 BMS, 길리어드, 존슨앤드존슨 등이 후속 제품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킴리아가 유일하게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특히 카티는 단 한 번의 투여로도 높은 완전관해율(암이 완전히 소실되는 비율)을 보이는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주로 혈액암에만 효과가 입증됐고 위암이나 대장암 등 신체조직에서 발생하는 고형암 치료제는 종양미세환경(TME)과 면역 회피 기전 등의 생물학적 장벽으로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카티 치료제가 혈액암 치료에 집중되는 이유는 특정 항원을 기반으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암의 경우 암세포에서만 발현되는 항원이 존재하지만, 고형암에서는 정상세포에도 유사한 항원이 발현될 가능성이 있어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국내 기업들은 고형암 카티 개발이라는 ‘난공불락’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카티 치료제 상업화를 앞둔 큐로셀은 서울대와 함께 고형암을 겨냥한 신규 기술로 정부 과제에 선정됐다. 면역억제 환경에서도 T세포가 기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으로, 위암·폐암 등 고형암을 타깃으로 한 임상 가능성을 검증 중이다.
앱클론 역시 혈액암 카티 치료제인 AT101을 기반으로 적응증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에 더해 여포성 림프종(FL), 변연부 림프종(MZL) 등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조건부 신속허가 신청도 예정돼 있다. 또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등 고형암 및 기타 항원을 타깃으로 하는 차세대 카티 파이프라인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특히 HER2를 표적으로 한 ‘스위처블’ 카티 플랫폼인 AT501은 외부 단백질과 연동해 세포의 작용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로 안전성과 효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글로벌 시장도 카티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와이즈에 따르면 CAR-T 치료제 시장은 2020년 약 6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12.2% 성장해 2027년에는 1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카티 치료제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중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는 기술”이라며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면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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