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야생 너구리의 출몰이 점점 잦아지고 있어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63건이었던 도심 내 야생 너구리 구조 건수가 2024년에는 117건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야생동물의 활동 반경이 도시로 확장되면서 시민과의 접촉이 늘고, 각종 질병 확산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너구리에게서 발견된 인수공통감염병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도심에서 포획한 야생 너구리와 이들에게 붙은 진드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렙토스피라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SFTS는 주로 진드기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며, 국내 치사율이 32%에 달하는 치명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다. 털에 붙은 진드기와의 단순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렙토스피라는 감염된 동물의 오염된 소변과 직접 접촉하거나, 오염된 환경에 노출됐을 때 전파되는 세균성 질환이다. 감염 시 고열, 두통, 오한, 심한 근육통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치료가 늦어질 경우 장기 손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는 광견병, 파보바이러스, 디스템퍼바이러스 등 반려동물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 13종과 인수공통감염병 10종에 대한 검사도 병행되었다. 개과 동물인 너구리는 반려견과 유사한 질병에 걸리기 쉽고,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병원체를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다가가지 않아야
실제로 야생 너구리에게서 개허피스바이러스, 개코로나바이러스 등 반려동물 관련 병원체들이 발견되었으며, 광견병은 다행히 검출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시민들에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먼저 다가가지 않으며, 자극하지 않는 ‘긍정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먹이 주지 않기, 다가가지 않기, 자극하지 않기 등이 주요 수칙이다.
박주성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이번 조사는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에 기반한 사전 대응”이라며 “과학적인 감염병 관리 정책 수립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심 속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시민 개개인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
Copyright ⓒ 뉴스클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