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엉겅퀴가 보이면 봄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키 1미터 가까이 자라며, 끝이 둥근 보라색 꽃을 피운다. 톱니처럼 날선 잎, 끈적한 줄기와 돋아난 가시가 시선을 붙든다. 강하고 당당한 인상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떠올리게 한다. 외형만큼이나 내실도 깊다. 간, 피, 출혈 등에 널리 쓰이며, 민간에서 오랫동안 활용돼 왔다. 특히 간 관련 효능은 서양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밀크시슬’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
엉겅퀴, 봄에 먹는 보약
엉겅퀴는 국화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이다. 한약에서는 ‘대계’라 부른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은 평하고 맛은 쓰며 독이 약간 있다고 돼 있다. 어혈을 없애고 피를 멎게 하며, 종기, 버짐, 대하를 낫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정과 혈을 보충하는 식물로도 분류돼 왔다. 민간에서는 고혈압, 간 질환, 간경화, 황달, 산후 부종 등에 오랫동안 사용됐다.
봄에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꽃이 피면 전초를 잘라 말려두고,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는 뿌리를 캐어 말린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이 시기를 지나 뿌리가 단단해질 무렵이 채취에 적기다.
독일의 한 과학자는 한국 엉겅퀴에서 고농도의 실리마린을 발견했고, 씨앗을 독일로 가져가 재배했다. 이후 ‘밀크시슬’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 보급됐다.
엉겅퀴에는 실리마린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실리마린은 간세포를 보호하는 물질로, 항산화 작용은 비타민E의 10배 이상이다. 유해 산소로부터 간세포를 지키고, 간을 손상시키는 류코트리엔 생성을 억제한다.
플라보노이드는 알코올 분해와 지방간 개선에 관여한다. 혈관을 안정시키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혈을 보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지혈 작용도 뛰어나다. 코피, 상처 출혈, 자궁 출혈 등에 사용된다. 피를 멎게 하고 어혈을 풀어 혈액이 잘 흐르도록 돕는다. 갱년기 증상 완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엉겅퀴 찻물·나물로 먹는 법
엉겅퀴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어린잎은 쓴맛이 강하므로 쌀뜨물에 6~8시간 담가 쓴맛을 뺀다. 이후 끓는 물에 30초~1분 정도 데쳐서 사용한다. 된장에 무치거나 국에 넣어 먹기 좋다.
차로 마시려면 말린 전초나 뿌리를 쓴다. 전초 10g에 물 700ml를 붓고 약불에서 30분간 달인다. 하루 두 번, 식후에 1잔씩 마시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씨앗도 활용된다. 말린 씨앗 5g을 물 500ml에 넣고 20분간 끓인다. 하루 1~2잔을 나눠 마신다. 간 기능 개선 목적이라면 4주 이상 복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속 복용은 3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복통이나 설사가 생길 수 있으니 처음에는 양을 줄이고 몸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엉겅퀴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연삼과 함께 달이면 향과 성분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주로 차처럼 음용하는 데 쓰인다.
엉겅퀴와 혼동하기 쉬운 식물 구분법
엉겅퀴는 들국화, 우엉 등과 혼동되기 쉽다. ‘지느러미엉겅퀴’, ‘큰엉겅퀴’처럼 이름이 비슷한 식물도 있어 외형만 보고 채취하면 위험하다. 엉겅퀴는 줄기 위에 둥근 보라색 꽃이 피고, 줄기와 잎에서 끈끈한 수액이 맺힌다. 잎은 뾰족한 톱니 형태로 거칠며, 반질거리지 않는다. 뿌리는 짧고 단단하다. 냄새와 꽃봉오리 모양으로 구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초는 꽃이 완전히 피기 전 수확해야 성분이 유지된다. 꽃이 다 피면 실리마린 농도가 떨어진다. 건조는 반드시 그늘에서 해야 한다. 직사광선에 말리면 성분이 분해될 수 있다.
습기가 많을 때는 건조를 피해야 한다. 곰팡이 방지를 위해 하루에 한 번 뒤집어 주고,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리는 게 좋다. 뿌리는 캐자마자 물에 씻고 굵게 썬 뒤 천천히 말린다.
건조한 전초나 씨앗은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1년 이내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루는 6개월 안에 쓰는 것을 권한다.
외용으로도 활용된다. 말린 전초를 달인 물은 족욕, 좌욕, 찜질에 쓸 수 있다. 물 1L에 엉겅퀴 20g을 넣고 20~30분 끓인 뒤 미지근하게 식혀 사용한다. 혈류 순환에 도움이 되며, 무릎 통증이나 부종 완화에 쓰인다. 상처 부위에는 거즈에 달인 물을 적셔 얹는다. 민감한 피부에는 희석 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섭취 전 알아야 할 주의점
엉겅퀴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체질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성질이 찬 식물이라 손발이 차거나 위장이 약한 사람은 하루 섭취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설사, 팽만감, 메스꺼움이 나타나면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됐거나 간경화 말기에는 복용 여부를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혈액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병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임신 중이나 수유 중인 경우에도 피해야 한다.
'향약집성방'에는 엉겅퀴가 피를 멎게 하고 간을 안정시키는 풀로 소개돼 있다. '본초강목'에는 엉겅퀴 뿌리를 말려 달이면 종기, 부기, 피부 질환에 좋다고 돼 있다. 현대 의학적 근거 없이도 경험으로 효능이 기록됐다는 점에서 긴 세월 민간에서 신뢰받아 왔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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