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가 탄소중립을 역행하고, 오히려 석탄 발전을 지원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며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1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정수소라는 명칭 아래 석탄 발전을 15년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국민의 환경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CHPS는 수소 및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에 대해 한국전력이 장기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정부 주도의 입찰제도다. 하지만 첫 입찰에서는 석탄 80%와 암모니아 20%를 혼합해 태우는 ‘혼소 발전소’가 유일한 낙찰자로 선정돼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해당 전력을 청정수소로 분류하고 기후환경요금 항목을 통해 전기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대리한 신유정 변호사(기후솔루션)는 “이러한 제도는 헌법 제35조가 보장하는 환경권을 침해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감축돼야 할 석탄 발전의 수명을 연장한다”며 “전기소비자에게 발전 비용을 부담시키는 구조는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는 혼소 입찰이 추진된 지역의 환경단체 및 주민 대표들도 참석해 우려를 표했다.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탈석탄팀장은 “암모니아 혼소 시 미세먼지 배출이 최대 85%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석탄화력발전기 4기를 새로 짓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충현 인천환경운동연합 팀장은 “영흥도 석탄발전소 4호기의 혼소 전환은 주민들이 수년간 기대해온 폐쇄를 사실상 무산시켰다”며 “정부가 청정수소라는 허울 아래 기후위기 대응을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단체도 문제를 제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서아론 국장은 “20% 암모니아만 섞인 석탄 발전을 ‘청정’이라 부르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이라며 “소비자 요금 부담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성원기 공동대표는 사전 입장문을 통해 “해외 생산·운송되는 암모니아와 발전소 설비 개조 등으로 오히려 전기요금 상승과 국민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며 “질소산화물, 초미세먼지 등 건강위협 물질 노출 우려가 있는 만큼 해당 사업의 폐기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헌법소원을 제기한 단체들은 ▲혼소 발전의 청정수소 분류 기준 즉각 폐기 ▲석탄 발전 비용의 전기요금 전가 구조 전면 개정 ▲2050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탈석탄·수소 정책 재정비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혼소 발전이 석탄 단독 연소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 감축 효과와 환경 영향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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