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LA타임즈의 음식 비평가 조나단 골드는 한국 음식을 사랑했다. LA 시장이 조문까지 발표했을 정도로 유명했던 골드는 LA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여러 음식 문화를 기록했다. 음식 평론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골드가 좋아한 한국 음식이 간장게장이었다. 그는 간장게장 맛에 대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짠맛과 감칠맛이 달콤한 충격을 안긴다”라면서 코리아타운을 방문할 가장 좋은 이유가 간장게장이라고 밝혔다. 골드에게 충격을 안긴 간장게장의 재료인 꽃게. 그 꽃게가 지금 제철을 맞았다.
유튜버 김지민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지금 가장 맛있는 암꽃게, 제대로 사고 맛있게 먹는 방법’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려 꽃게의 생태, 구매 요령, 그리고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다뤘다.
알 찬 꽃게? 난소 찬 꽃게!
한국에서 특히 사랑받는 해산물 중 하나인 꽃게는 4월에서 6월 초 사이에 난소가 가득 찬 암꽃게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이 시기에 꽃게가 알을 만들진 않고 난소와 같은 생식소가 차오르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기 꽃게가 기호도 면에서 가장 인기가 많으며, 9월에서 11월 사이에는 살이 꽉 찬 꽃게가 주로 소비된다고 설명했다.
꽃게라는 이름의 유래도 흥미롭다. ‘꽃’은 영어 단어 ‘플라워(flower)’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옛말로 뾰족한 가시를 의미하는 ‘고’에서 변형된 것이다. 꽃게의 양쪽 옆구리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가시처럼 보이는데, 이로 인해 꽃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꽃게는 야행성 동물이다. 열 개의 다리 중 뒷다리가 지느러미처럼 넓게 발달해 헤엄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졌다. 이를 통해 꽃게는 넓은 바다를 회유하며,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바다나 제주도 근처 깊은 바다로 이동해 월동하고,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북상한다.
꽃게의 평균 수명은 약 3년이며, 식탁에 오르는 꽃게는 주로 1~2년생이다. 드물게 포획되는 3년생 꽃게는 무게가 1kg에 이를 정도로 크고 껍질이 누그러지며 살과 내장이 풍부해 상품성이 높지만 물량이 많지 않다고 한다.
꽃게의 크기는 갑장(세로 길이)과 갑폭(가로 길이)으로 측정된다. 평균적으로 갑장은 8~9cm, 갑폭은 17cm 정도이며, 최대 크기는 갑장 15cm, 갑폭 30cm에 달한다. 특히 1kg에 이르는 대형 꽃게는 매우 크고 먹을 것이 많아 인기가 높다.
꽃게는 어디에서 잡히나
꽃게는 한국 전역에서 잡히지만 생산량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산지는 서해, 특히 서산과 태안 지역이다. 이곳은 품질 좋은 꽃게로 유명하다. 다음으로 전남 진도군 인근 해역이 주요 산지이며, 경남 통영, 제주도, 심지어 동해에서도 꽃게가 잡힌다. 하지만 품질과 생산량을 고려했을 때 서해와 서남해가 가장 두드러진다.
김지민은 지역마다 자기 지역의 꽃게가 최고라고 주장한다면서 제철에 나는 꽃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며 지역별 품질 차이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5월에서 6월 초 사이에 나는 암꽃게는 생식소가 가득 차 있어 품질이 균일하고 믿고 먹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
올해 꽃게 어획량은 작년과 견줘 50~7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가격은 약 3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 꽃게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다. 어획량 감소의 주요 원인은 이상기온이다. 지난 2~3월, 심지어 지난달 초까지 이어진 강추위로 인해 서해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졌고 수온 회복이 더뎌 꽃게의 이동과 산란 시기가 늦어졌다.
전남 진도에서는 지난달에 잡혀야 할 꽃게가 5월에야 잡히기 시작하며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김지민은 5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꽃게 어획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다음달 초까지 풍부하게 잡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꽃게 금어기(6월 21일~8월 20일)가 다가오고 있어 산란 시기 지연으로 금어기도 약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생식소가 발달하는 시기도 늦어져 5월 초 기준으로 개체별 생식소 충만도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꽃게를 사려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꽃게를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노량진 새벽 도매시장이 좋은 선택지다. 이곳에서는 10kg 단위로 판매된다. 최근 가격은 암꽃게 kg당 1만9,000원, 대형 꽃게는 kg당 4만5000~4만6000원 수준이다. 두 마리가 들어가면 특대급이고, 서너 마리가 들어가면 대자로 불린다.
노량진에서는 새벽 3시~3시 30분쯤 킹크랩과 함께 꽃게 경매가 진행되며, 경매 후 일반인에게도 판매된다. 이 외에도 오이도, 소래포구, 화로어시장 등에서 활꽃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소래어시장에서는 배가 들어오자마자 직판한다. 작은 꽃게는 kg당 2만5000~3만원, 대형은 약 5만원에 판매된다. 태안, 서산, 안면도, 홍원항 등 서해안 포구에서도 좋은 품질의 꽃게를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마트, 백화점도 편리한 선택지다.
꽃게 구매 시기는 평일이 주말보다 유리하다. 특히 사리물때(보름달이나 그믐달 시기)에 조업량이 많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신선한 꽃게를 구할 확률이 높다. 5월에는 11~16일, 25~31일, 6월에는 9~15일이 사리물때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평일 구매를 추천한다.
구매 시 주의사항도 강조됐다. 살아있는 꽃게라도 수조에서 오래 있으면 에너지를 소모해 살과 내장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당일 잡은 꽃게인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찜용으로는 큰 꽃게가 좋다. 탕용으로는 작은 꽃게도 적합하다. 암꽃게는 생식소가 가득 찬 것이 맛이 좋다.
배딱지가 보라색으로 변하면 생식소가 어느 정도 찼다는 신호지만, 가시 부분까지 살짝 부풀어 있으면 생식소가 완전히 찬 상태다. 암수 구분은 배딱지 모양으로 알 수 있으며, 시장에서 신선도가 낮은 꽃게를 섞어 판매하거나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리가 떨어져도 몸통의 살과 내장이 중요하므로, 다리 개수보다는 신선도와 생식소 상태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꽃게 요리로는 찜과 탕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숯불에 구운 꽃게구이도 인기다. 야외에서 구워 먹으면 찜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기력이 약할 때는 꽃게죽도 좋은 선택이다. 최고의 꽃게 요리는 간장게장을 만들 땐 냉동꽃게를 쓴다. 활꽃게로 만들면 살이 흐물거릴 수 있다. 단 품질 좋은 냉동꽃게를 사용해야 한다. 양념게장 재료로는 생식소가 풍부한 암꽃게는 아깝다. 꽃게 묵침이나 일반 꽃게로 만드는 것이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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