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산업화 시대에 제조업 중심의 고도성장을 이뤄낸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은 '디지털으로의 대전환'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 반도체, 양자컴퓨팅, 바이오 등 첨단 과학기술이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며,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 속에서 2025년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학기술과 AI 산업에 대한 국가 전략 수립이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국가 안보와 외교력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으며, 생성형 AI와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의 AI 전략을 통해 감시 시스템, 스마트시티, 제조 AI 분야에서 전방위 확장을 시도 중이다.
유럽연합은 '인간 중심의 AI'를 표방하며 윤리적 규범 정립에 앞장서고, 일본은 로봇공학과 자율주행, 의료기술 융합에 집중하고 있다. 각국의 전략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기술이 국력의 핵심이라는 인식 아래, 전방위적 정책과 자원 투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은 ICT 인프라와 반도체 산업, 우수한 인적 자원이라는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는 아직 후발 주자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국가적 총력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4.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우주항공 분야에서 민간 주도의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SK, LG,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인프라의 견고함과는 달리, AI 핵심 인재 부족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AI 박사급 연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우수 인재는 해외로 유출되는 반면 외국 인재의 유입은 매우 제한적이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일부 상위권 대학에 연구가 집중되며 지역 간 격차도 크다. AI 인재의 '수출입 불균형'은 한국 AI 산업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가속화…주요 대선 후보들의 전략은?
윤석열 정권에서는 디지털 대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AI 중심의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왔다. 주요 정책으로는 AI 윤리 가이드라인 제정,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산업별 맞춤형 로드맵 수립 등 AI 중심 국가 전략을 전면 개편해 왔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 받아 각 대선 후보들도 과학기술과 AI 산업에 대한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AI 윤리 가이드라인 제정,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산업별 맞춤형 로드맵 수립 등을 통해 AI 중심 국가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AI를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도구로 인식하고, '이타적이고 유능한 AI 정부'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 중심의 경쟁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인간 중심의 AI 기술 활용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 후보는 데이터 주권과 AI 윤리를 강조하며, '데이터청' 설립을 통해 AI 기술의 윤리적 활용을 보장하고 체계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청은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활용 기준,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담 기관으로 구상되고 있다. 이를 통해 AI 기술 남용을 방지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행정 서비스의 효율화를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 결정에 반영하고, 기후 변화에 따른 침수 위험 예측 시스템 등을 구축해 재난 대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AI가 단순한 행정 보조가 아닌, 정책 설계의 동반자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접근이다.
보건복지 분야에서도 AI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국민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을 구축하는 데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김문수 후보는 AI 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접근은 국가 산업 전반의 구조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 기술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후보는 반도체, 바이오, 제조업 등 핵심 산업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구조의 디지털화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제조 기반 경제를 고부가가치 AI 기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다.
AI 스타트업은 기술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존재다. 김 후보는 이들 기업의 성장을 위해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 상용화 지원 및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공약했다. 규제 완화와 실증 사업 기회를 통해 신기술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는 AI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특화 대학원 확대, 고등교육 이전 단계에서의 기초 교육 강화, 해외 인재 유치 정책 등을 통해 AI 전문가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준석 후보는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을 어떻게 다루고 사회에 접목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특히 AI 윤리와 교육 체계의 강화에 방점을 두고,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과 민주적 통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AI 기술이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윤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고리즘의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윤리적 기준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장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 후보는 고등학교 단계부터 AI 기초 교육을 필수화하고, 교육 과정에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포함해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함께 키우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AI 기술을 활용하는 소비자뿐 아니라, 개발하는 주체로서의 인재 양성을 위한 포석이다.
이준석 후보 역시 공공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행정, 교통,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 AI 기술을 접목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성은 다른 후보들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그는 공공서비스 도입 시 사회적 신뢰와 윤리적 정당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과제, AI 국가전략 전면 개편해야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AI 중심 국가 전략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AI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는 물론, 분야별 특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본법'을 제정하고,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며, 안전하고 공정한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산업별로 ▲AI 반도체 ▲산업 AI ▲의료·바이오 AI ▲생성형 AI 등 세부 분야별 맞춤형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술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민간의 기술 혁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AI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과 창업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 10개 권역에 AI 대학원을 확대하고, 고등학교 단계부터 AI 기초 교육을 체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더불어 해외 AI 박사급 인재 1000명 유치를 위한 맞춤형 비자제도와 연구환경 지원도 절실하다.
석·박사급 인재의 산업 현장 배치도 강화돼야 한다. 연구실 안에 갇힌 기술이 아닌, 현장에서 상용화 가능한 실전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벤처캐피탈 및 정부 펀드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 확대가 필수다. AI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상용화 지원 ▲규제 샌드박스 확대 ▲글로벌 진출 외교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기술 인프라를 분산하기 위해, 광주, 대구, 부산 등 지역에 AI 클러스터를 조성해 균형발전을 도모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AI 기술을 단순히 민간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공공 서비스의 혁신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공행정, 보건의료, 국방, 환경 분야에서 AI 도입은 국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민원 챗봇 ▲범죄 예측 알고리즘 ▲건강보험 분석 AI ▲기후 재난 예측 시스템 등은 이미 선진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례들이다. 한국도 관련 기술을 조기 적용함으로써 디지털 정부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경제성장과 기술의 연결 고리, 수출·탄소중립 전략 세워야
AI 산업은 기술주도형 수출 전략의 핵심 동력이다. 단순 조립형 제조업을 넘어, 고부가가치 기술 기반의 수출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AI+헬스케어, AI+자동차, AI+에너지 등의 융합 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디지털 탄소중립 전략에 있어서도 AI는 중요한 도구다. 에너지 효율화, 스마트 공장, 탄소배출 예측 등은 AI 기술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환경 목표 달성과 산업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산업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국방, 외교, 교육, 복지, 노동, 환경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총체적 국가 전략이다. 21대 대통령 선거는 단지 한 명의 리더를 선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10년의 초석을 다지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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