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마지막 실무 조율 돌입…한미, '트럼프 관세' 담판 임박

사진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는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불과 보름 앞두고, 한미 양국이 '트럼프발 관세 갈등' 해소를 위한 막판 담판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만나, 한미 통상 관계의 뇌관이 돼 온 고율 관세 문제를 두고 세 번째 대면 협상에 나섰다. 이번 회의는 차기 한국 정부의 출범 전 마지막 실무급 대면 협의로, 실질적인 조율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현지 시간으로 20일 미국에 도착해, 곧바로 미측과의 2차 기술 실무 협의에 돌입했다. 이번 협의는 22일까지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 1차 협의 이후 불과 19일 만에 재개된 회의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 모두 실질적인 진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25% 상호 관세, 특히 자동차와 철강 등 전략 산업에 대한 고율 품목별 관세를 주요 협상 타깃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내세우는 비관세 장벽과 경제안보 이슈도 주요 의제로 포함돼 있다. 이는 지난 16일 제주에서 열린 한미 통상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6개 핵심 분야(균형 무역, 품목별 관세, 비관세 조치, 공급망 안정, 첨단 기술 협력, 경제안보)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협의에는 산업부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적 대표단이 참여해 다양한 분야에서 조율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다부처가 참여한 형태의 통상 실무 협의는 이례적이며, 그만큼 이번 회의가 갖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트럼프 관세'는 한국 산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25% 철강 관세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미국 현지 판매 전략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다시금 관세 중심의 통상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의는 단순히 현안 조율을 넘어 향후 변화하는 정세에 대비한 통상 전략 수립의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행정부 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예방적 협상'을 통해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측에선 자국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 속에서도, 동맹국과의 무역 조율 필요성을 인정하는 기류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국은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기술 중심의 새로운 통상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실무 회의 결과는 향후 양국 간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과 자동차처럼 민감한 산업 분야에서 긍정적 조율이 이뤄질 경우, 이는 국내 산업계 전반에 신호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