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촌·용하리 주민들 "논밭이 끊기면 동네도 함께 무너져"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야촌리, 용하리 주민들이 마을을 지나가는 동서고속화철도의 교량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용하리, 야촌리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제4공구가 지나는 지역이다.
성토(흙을 쌓아 철로를 높이는 방식)로 설계된 철도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생계를 이어가는 경작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게 설계돼 있다.
주민들은 길이 약 355m, 높이는 최대 14m에 달하는 흙더미를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논과 밭, 삶을 끊는 벽'으로 여기고 있다.
이수연 야촌리장은 "수십 년 농사만 짓던 이들에게 경작지를 건너는 길 하나 막히는 것은 한 계절, 한 해 농사를 잃는 일이나 다름없다"며 "마을은 안 잘라서 괜찮다고 하지만, 논밭이 끊기면 동네도 함께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철도 설계 초기부터 이 같은 사정을 계속 호소해왔다.
이들은 양구군과 함께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철도공단,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20차례 이상 성토 구간의 교량화를 건의했다.
작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과 함께 800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전달하고 실지조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철도는 경작지 한가운데를 높은 흙둑으로 가로막을 계획이다.
국가철도공단은 교량화에 추가 사업비가 들고, 이를 지자체가 부담할 경우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구군과 주민들은 이 사업비를 지역이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해당 구간은 단순 민원이 아닌 '생계 단절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구군 관계자는 21일 "현재 진행 중인 교량화 타당성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통행권, 경관, 농업생산 활동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재검토해 국비 지원의 타당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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