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에서 온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엑소포니, 다와다 요코 그리고 김시종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엑소포니, 다와다 요코 그리고 김시종

독서신문 2025-05-21 09:56:12 신고

3줄요약

“시에는 국어를 해방하는 힘이 있어요. 김시종 시인의 언어는 ‘이즘(-ism)’이 아닌 개성적이고 인간적인, 두꺼운 층을 지녔습니다. 초조해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멋 부리지 않고, 배에 힘 딱 준.”

다와다 요코 [사진=교보문고]

일본어와 독일어 이중언어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세계적 작가 다와다 요코. 그가 지난 19일 대산문화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해 자리한 교보인문학석강에서 ‘엑소포니, 모어 바깥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만났다. ‘엑소포니’란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쓴 문학 또는 모어 바깥으로 나간 상태를 뜻한다. 다와다는 이날 또 다른 엑소포니 작가, 재일 조선인 출신 시인 김시종의 작품 세계와 언어에 다분한 존경을 드러냈다.

다와다는 ‘이야기 전달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 발터 벤야민의 말을 인용했다. 하나는 그 지역의 전통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긴 여행에서 돌아와 먼 이국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여기에 그는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세 번째 유형이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자문한다. 다와다 요코와 김시종은 모두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이다. 그들은 두 나라의 문화를 모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양국의 언어와 문화 안팎을 넘나들면서, 그 안에 속해서는 보지 못하는 것들에 주목한다.

한 예로 다와다는 일본어 단어 ‘메이와쿠(민폐라는 뜻)’를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개인이 사회 다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메이와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때로는 개인적 특성까지도 ‘민폐’로 통용되기도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처럼 모어 안에는 우리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들이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는 어떤 표현을 예로 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다.

그는 김시종 시인의 수필에 실린 ‘양치기 소년’ 우화에 담긴 시인 특유의 관점을 전달하기도 했다. ‘메이와쿠’라는 관점에서 보면 빈번한 거짓말로 공동체에 민폐를 끼치는 사람은 늑대에게 잡아먹혀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김 시인은 수필을 통해 ‘소년의 마음을 이해해 보자는 관점’을 취한다. 소년은 어쩌면 공동체가 지닌 공동의 환상 바깥을 보았던 것 아닐까, 하고 비틀어 보는 것이다. 다와다는 “‘엑소포니’는 늑대를 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라고 표현했다.

김시종 시인 [사진=연합뉴스]

1929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시종 시인은 제주도에서 성장했고, 제주 4·3항쟁에 연루되어 일본 피난길에 올라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26살 무렵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96세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평생 문학에 몰두했다. 『재일의 틈에서』 『잃어버린 계절』 『경계의 시』 등 다수의 시집과 자전, 평론을 썼다. 다와다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김시종 시인의 수필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며, 그가 겪은 탄압이 ‘복잡한 비극’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강연 후에는 홍한별 번역가의 사회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노엄 촘스키, 가즈오 이시구로, 클레어 키건 등을 번역해 온 홍한별 번역가는 다와다 요코의 작품 『눈 속의 에튀드』에서 곰의 ‘곰다운’ 언어가 유려한 번역으로 사라진 부분을 두고 번역의 딜레마에 관해 물었다. 이에 다와다는 조심스럽게 “독자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원전 텍스트가 잘 안 읽히고 어딘가 자꾸 걸리는 문학일 경우 그러한 부분을 살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즉 곰 문학은 곰다움을 살려서 번역하는 게 좋다는 것.

“다와다 요코 선생님은 어떤 문학작품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는 “원래 러시아문학을 좋아한다”며 도스토옙스키와 체호프를 언급했다. 독일 작가 카프카와 클라이스트, E. T. A. 호프만도 선호한다고. 일본 작가로는 우치다 햣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와다 요코의 저작 일부

다와다 요코는 일본에서 『개 신랑 길들이기』로 아쿠타가와상을, 『구름 잡는 이야기』로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으며 독일에선 괴테 메달, 클라이스트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는 대표작 『헌등사』와 ‘히루코 3부작’으로 불리는 『지구에 아로새겨진』 『별에 어른거리는』 『태양제도』 등이 소개된 바 있다. 이번 4박 5일 방한 일정 중에는 오는 22일 김혜순 시인과의 비공개 특별 대담도 마련됐다. 대담 내용은 계간지 <대산문화> 여름호에 수록될 예정이다.

[독서신문 이자연 기자]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