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뉴스1
당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것인가, 방해하는 것인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원에 나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를 두고 당 안팎에서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거운동에 나서긴 했지만 김 후보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거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합류 요청을 거듭 거절하는 등 뜨뜻미지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려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까지 당밖에서 나왔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부산 광안리에서 첫 지원 유세에 나선 한 전 대표는 "솔직히 지원 유세에 나오지 않으려 했는데 나라가 망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우리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위험한 세상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내 김 후보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즉답하지 않았다. 유세에서 그는 ‘우리 후보’, ‘국민의힘 후보’라는 간접 표현만 사용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같은 한 전 대표의 애매한 태도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당의 선대위 합류 제안을 수차례 고사한 한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선대위 직책을 맡지 않고도 개별 유세를 펼친 전례를 따르는 게 아니냔 말이 돈다. 실제로 한 전 대표는 김 후보 측의 거듭된 합류 요청을 거절하고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개별 지원 활동만 하고 있다.
이 같은 한 전 대표 행보에 대해 친한동훈계 인사들은 김 후보가 한 전 대표의 요구 사항들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극우세력과의 분리 3가지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한 한 전 대표의 선대위 합류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 조건은 한 전 대표가 줄곧 강조해온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 전 대표의 이런 애매한 행보가 단일화 논의에까지 혼선을 주고 있다는 데 있다. 이동훈 개혁신당 공보단장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글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단장은 "요즘 나와 이름이 같은 한 모 씨(한 전 대표) 측근들이 자주 전화를 준다"며 "‘절대 단일화하지 말고 반드시 끝까지 완주해서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말씀 속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충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공보단장 글은 한 전 대표 측이 이준석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를 차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단일화를 둘러싼 이준석 후보 측과 김 후보 측의 기싸움 과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단일화를 두고 물밑 접촉이 본격화할 수 있는 시점에서 한 전 대표의 뜨뜻미지근한 행보가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선 한 전 대표가 김 후보 승리보다 차기 당권을 노린 움직임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내부에선 한 전 대표의 이런 방식에 대해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여전히 중심 메시지나 방향이 모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전 대표의 개별 지원 유세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당 전체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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