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글로벌 통상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는 전방위적인 관세 전쟁으로 확산됐고, 그 파고는 한국 경제에도 예외 없이 밀려오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는 외환시장 불안과 무역 환경 급변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경제 펀더멘털 또한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고위험 수준에 이른 가계부채, 침체된 내수시장, 부동산 경기 부진은 우리 경제의 회복 탄력을 제한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부 경제 연구기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무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내외 복합 위기가 중첩된 가운데, 한국은 내달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새로 들어설 정부의 경제 철학과 정책 방향은 향후 우리 경제의 회복 경로는 물론, 구조 개편의 속도와 질을 결정짓는 중대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투데이신문> 은 주요 대선 주자들의 경제 공약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앞으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탐색해 본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반도체 기술이 세계 기술 패권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는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규제 완화, 인재 양성을 골자로 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방향성과 실행 전략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21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4명의 후보가 경제·산업 분야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산업 규제와 개발 정책을 놓고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각 진영의 반도체 산업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기치 아래 향후 5년간 AI 분야에 10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와 반도체·AI 인재 10만명 양성이 핵심이다.
또한 반도체와 재생에너지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대규모 기술·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으로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와 투자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황정아 대변인실 관계자는 “글로벌 첨단 전략산업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핵심 인재 잔류와 해외 프런티어 인재 복귀를 위한 유인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업계가 절실히 호소하는 인재 확보 대책을 과감히 시행해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자유 주도 성장’을 표방하며 규제 완화와 주52시간제 유연화, 법인세·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통해 경제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전략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조성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글로벌 초고속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 규제 혁신을 제시했다. 특히 AI 시대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를 포함한 원전 비중 확대를 전면에 내세워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제시했다.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하로 기업 유치에 성공한 미국 텍사스주 사례를 들며 지역별 최저임금 자율화 등의 정책 효과를 강조했다. 특히 선도 국가의 규제 수준을 벤치마킹해 국내 규제 체계를 개혁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윤석열 정부의 계엄 조치가 경제와 산업계 투자에 타격을 입혔다는 비판에 주력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지원금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한국은 주로 세액공제 중심의 지원책이 실행되고 있는데 이는 기업 입장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관계자는 “국가적 지원은 세액공제가 아닌 직접 보조금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며 “세액공제는 수익 발생 후에야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위험부담이 큰 반면, 직접 보조금은 기업의 지속적 투자와 기술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고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정책의 확고한 방향성 설정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최재혁 교수는 반도체 강국들의 성공 요인으로 ▲미국의 빅테크 자금력과 명확한 보상체계 ▲중국의 정부 주도 인력 양성 및 해외 인재 유치 ▲대만의 대학-기업 간 장벽 제거와 유기적 협력 시스템 등을 꼽았다.
최 교수는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R&D 투자와 정책 지원, 기업-대학 간 실질적 협력 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미국이나 중국과의 전면적 경쟁보다는 우리 강점인 프로세서와 메모리 기술의 연결과 통합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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