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지난 13일 업데이트된 GPT-4o는 음성,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와 동영상 입력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모델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AI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IT 전문 매체 테크타깃은 “획기적 모델”이라고 호평했다.
인공지능(AI)이 일상의 많은 업무를 대체하고 있지만, 챗GPT조차 “인간만의 감성적 공감과 상황 판단, 창의적 통찰이 필요한 작업은 대체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AI 기술의 진화가 빠를수록 역설적으로 인간 고유 능력의 가치는 더욱 빛나고 있다.
◆ 감성 노동, AI 시대의 진짜 ‘핫 아이템’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AI 시대에 가장 수요가 늘어날 직업군으로 감성 지능이 필요한 분야를 꼽았다. 심리상담사나 노인 돌봄 전문가, 아동 발달 지도사 등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돌보는 역할이 대표적이다.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팀 연구에서도 “공감과 감정적 연결은 데이터만으로 완전 학습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지적됐다. 국내 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시대의 직업 전망’에 따르면, 정신과 의사·교사·사회복지사 등 감성 교류가 필수적인 직업의 AI 대체 확률은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순 행정·데이터 입력 업무는 90% 이상 대체될 위험이 높다.
이처럼 AI가 대체하기 힘든 감성 노동의 중요성은 실제 산업현장에서도 확인된다. 마음심리상담센터 유희 센터장은 “상담심리는 인간만이 지닌 공감과 감정을 다루는 섬세한 영역”이라며 “이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코 침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사람의 눈빛 속 슬픔을 읽어내지 못하고, 따뜻한 위로도 건넬 수 없다”며 “마음의 상처는 데이터나 알고리즘이 아닌, 공감과 진심으로 치유된다”고 설명했다. 또 “섬세한 감정의 떨림을 느끼고 반응하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결국, 사람의 마음은 사람만이 어루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소방관 vs AI, '불 끌 때 필요한 건 데이터 아닌 심장'
또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 인식과 의사결정을 수행하지만, 전례 없거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선 여전히 인간의 몫이 크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 보고서 ‘2024 자동화와 미래 노동’은 “복잡한 물리적 환경에서의 작업과 위기 대응은 자동화가 가장 어려운 분야”라고 분석했다.
소방관·응급의료 전문가·재난 대응 관리자 등은 불확실성이 높은 현장에서 순간 판단을 내려야 하는 대표 직종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이들 재난 대응 전문가의 고용이 2023년부터 2033년까지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체 평균 성장률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 창의성, AI가 꿈도 못 꾸는 인간의 비밀병기
AI는 그림·음악·시 창작에 뛰어들었지만, 근본적 창의성과 혁신적 아이디어 창출은 아직 불가능하다. 스탠퍼드대 AI연구소 페이페이 리 소장은 “현재 AI는 기존 데이터를 재조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진정한 의미의 ‘창조’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 교수도 “인간 뇌의 양자역학적 불확정성 기반 작동 방식은 디지털 컴퓨팅이 모방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발명가·예술가·기업가 등 창의성과 직관에 의존하는 직업은 AI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전망이다. AI 시대 도래는 교육과 직업훈련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OECD ‘2024 교육과 기술’ 보고서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 시스템 개편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공감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협업 능력 등이 미래 교육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030 미래교육 혁신안’을 발표하며, 암기식 교육에서 문제 해결 역량과 창의성 중심 교육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특성화고의 ‘인간 고유 역량 강화 프로그램’ 도입, 대기업의 ‘창의적 도전 교육 과정’ 신설 등 현장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딜로이트 ‘2025 인재 전략’ 보고서는 “AI와의 공존 시대에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인간 고유 역량과 AI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인재 양성이 필수”라고 밝혔다.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AI가 발전할수록 인간만의 공감 능력·도덕적 판단·창의적 사고가 더욱 빛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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