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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대 군사독재 시기,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대한 고문과 인권침해가 자행됐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다음달 10일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1976년 준공된 이곳은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1991년 경찰청 보안분실로, 지난 2005년에 경찰청 인권센터로 쓰임새가 바뀌어왔다. 이 과정에서 벽면을 다른 색으로 덧칠하거나, 당시 물고문 용도로 쓰인 욕조를 뜯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기념관을 운영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1980년대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에 집중했다. 특히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고문실로 쓰였던 5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직원들이 내가 수차례 설명해도 왜 자신이 고문당했던 곳을 복원하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 하더라. 하지만 아픈 기억은 없애는 게 아니라 기억하면서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며 “원형을 보존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었나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5층에서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을 엿볼 수 있었다. 고문에 쓰인 칠성판, 주전자, 멍석, 조사실 내부 감시장치인 ITV 등이 전시돼 있으며, 1987년 박종철 열사가 명을 다한 509호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당시 민주화 열사들이 한명씩 들어가 있었던 공간이다. 피의자가 도주하는 걸 막기 위해서 계단도 조사실과 똑같은 출입문으로 위장했고, 16개의 출입문을 서로 엇갈리게 배치했다.
옛 대공분실을 벗어나면 민주주의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1960년대 민주항쟁의 포문을 연 ‘2.28 대구 민주화운동’부터 4·19 혁명, 6·10 항쟁 등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11건의 사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론 개관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당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은 남산 중앙정보부 건물을 기념관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해당 건물의 용도가 한정적이라 차선책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을 택하게 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출범한 지 25년 만에 기념관이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주최 측은 특히 청소년들을 위해서 기념관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민주화 운동을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세대인 만큼, 이곳을 산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청소년 민주주의 학교나 교사를 대상으로 한 특별 강좌 등이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는 전문 무용수들이 해설을 곁들여 도슨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재오 이사장은 “최근 청소년, 청년이 극우화됐다는 말이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말로 그런 경향이 있더라도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공간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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