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검증’ 띄운 국민의힘...민주당 “김건희 특검 막은 과거 반성부터” 반격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후보 배우자 간의 TV 생중계 토론회를 전격 제안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영부인은 대통령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선 공인’이라는 명분 아래 나온 이 제안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과 함께, 향후 대선 국면에서 ‘배우자 검증’이라는 새 의제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부인은 대통령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이 서 있는 공인”이라며 대선 후보 배우자 간의 TV 생중계 토론을 전격 제안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 여사와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의 토론회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사전 투표 전에 토론이 성사되길 바란다. 이 후보 측은 오는 23일까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의 배우자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에게 배려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치에서 영부인의 존재는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 법적 규정도, 제도도 미비하다”며 “이 토론은 특정 배우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정치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설 여사 측과 사전 협의가 있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선대위 차원에서 충분한 교감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배우자가 없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개혁신당이 의견을 제시하면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제안은 즉각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민주당 조승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이라며 일축했다.

이소영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이준석 후보는 어머님이 대신 나가야 하는 건가”라며 “이런 발상 자체가 미혼자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영부인 검증 운운하실거면 김건희 특검법을 막았던 과거부터 반성하라”고 쏘아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제안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특히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을 다시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토론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선거 정국에서 배우자 검증을 이슈화하며 야권에 유리한 프레임을 짜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전례 없는 ‘배우자 TV 토론’ 제안이 정치권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이재명 후보 측의 최종 입장과 실제 토론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