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 차가 요즘 매일매일 와요. 대통령 뽑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겠다니까요. 손님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예요."(서울 강서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선거 유세전이 뜨겁다. 유세 차량이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는 가운데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20일 오전 찾은 서울 강서구의 한 번화가 교차로. 이곳 교차로 지하에는 전철역이 있고, 인근에는 아파트와 식당가도 있어 차량, 행인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이날 이곳에서는 거대 양당 중 한 후보자의 선거 유세 차량이 한창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차량 스피커에서 나오는 큰 음악 소리가 교차로를 가득채웠다.
행인들은 차량 옆을 지나며 큰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를 째려보거나,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잰걸음으로 차량에서 멀어졌다. 시민들은 선거유세로 인한 소음이 크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에서 식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씨는 "당을 막론하고 유세차량 소음 때문에 장사에 지장이 너무 크다"며 "이런 선거유세 소음은 법적으로 규제가 안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도 "재택근무를 하다가 오전 11시부터 갑자기 너무 시끄러워져 집에 있을 수 없어 나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거운동에 사용되는 확성기의 소음 기준은 법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느슨해 실질적인 규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79조에 따르면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경우 자동차에 부착된 확성기는 정격출력 40킬로와트(㎾), 음압수준 150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다.
열차 통과시 철도변의 소음이 100㏈, 전투기 이착륙 소음이 1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시민들이 소음으로 불편을 겪더라도 기준을 넘기지 않아 이를 규제할 방안이 마땅히 없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신고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범정부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선거유세' 관련 민원 1만9949건을 분석한 결과, 월평균 200여 건 정도의 관련 민원은 선거를 앞두고 급증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2021년 4월에는 756건, 3·9 대선과 6·2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2022년 6월에는 4063건, 4·5 재보궐선거를 앞둔 2023년 3월에는 711건의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선거유세 민원 중에는 선거 유세 차량으로 인한 소음 피해 신고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선거 현수막 피해 및 철거 요구, 선거 운동 차량 교통법규 위반 신고, 선거 벽보 부착 불편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선거 유세 소음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자동차 경적이 100㏈ 정도의 소음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현행 규제는 약한 편"이라며 "140㏈ 이상의 순간적인 소음에 노출되면 청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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