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신영수 대표 체제의 CJ대한통운이 수조원대 매출에도 800억원대 이익에 머무르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5년부터 10년간 이어졌던 영업이익 상승세가 올해 들어 꺾이면서 외형 성장에 가려졌던 구조적 한계와 시장 환경 변화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신 대표가 주도한 글로벌 확장 전략이 단기적으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부담을 키웠으며, 이로 인해 실질적인 성장 기회를 지연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연결 매출이 2조992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21.9% 급감한 854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감소폭은 44.7%에 달한다.
당기순이익 역시 410억원으로 26.1%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사업 부문인 ‘매일 오네(O-NE)’의 매출은 8762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영업이익은 343억원으로 35.9% 각각 감소했다.
계약물류(CL) 부문은 매출은 늘었지만, 신규 수주의 초기 원가 부담으로 이익은 소폭 줄었고, 글로벌 부문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전반적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되는 전형적인 ‘외형 성장-내실 악화’ 구조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번 하락세를로 인해 10년간의 상승세가 꺾이게 됐다.
이번 실적 부진의 중심에는 신 대표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미국, 인도,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 미국과 인도 시장에서는 각각 19%, 2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공항 내 통합물류특구에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를 구축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졌다.
작년 기준 글로벌 사업의 매출 비중은 36.6%로 소폭 반등했지만, 2022년 41.7%에서 2023년 35.7%로 하락했던 흐름을 완전히 되돌리진 못했다. 이는 외형적인 성과는 있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개선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확장 전략의 제약은 다양한 영역에서 드러난다.
우선, 고정비와 인건비 부담이 빠르게 커졌다. ‘매일 오네’ 도입과 해외 인프라 확충, 주 7일 배송 체제 전환 등에 따라 인력과 운영비가 크게 늘었지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택배 수요 성장세 둔화로 인해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투자 효율성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이 잇따랐지만, 실제 수익률(IRR)은 목표치에 미달한 경우가 많았다.
북미 콜드체인 사업과 인도 물류허브 등 주요 프로젝트의 IRR은 예상보다 4~6%포인트 낮았으며, 글로벌 부문 전체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무 안정성도 흔들렸다.
대규모 해외 투자와 시설 확장에 따른 차입금은 전년 대비 18.4% 늘어 6조7000억원에 이르렀고, 이자비용도 320억원 추가로 발생했다.
유동비율은 92.9%로, 재무 건전성의 기준선이라 할 수 있는 150~200%에 크게 못 미친다.
신용등급 역시 A에서 A-로 하락하며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외부 평가마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략 실행력의 측면에서도 약점이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 자원이 신흥시장에 분산되면서 북미나 중국 같은 핵심 시장에 대한 전략 집중도가 떨어졌다. 해당 지역의 R&D 예산은 15% 줄었다.
또 현지화 전략도 미흡한 상황으로, CJ대한통운의 1분기 실적 공시를 보면 해외 법인의 현지 관리자 비율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문화적 충돌과 오배송 증가 등의 운영 오류가 빈번해지면서 리스크를 키웠다는 평가다. 여기에 해운 운임 하락, 미·중 무역 분쟁, 환율 불안, 환경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력도 충분하지 않아 포워딩 매출 감소, 환손실, 환경부담금 증가 등이 뒤따랐다.
국내 사업의 기반도 점차 약화되는 조짐이 보인다.
해외 확장에 주력하는 사이, 국내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관리는 다소 소홀해졌고, 국내 매출 성장률은 1.2%로 정체됐다.
택배 시장에서는 쿠팡 등 이커머스 기반 기업에 밀려 점유율이 40%에서 33.6%로 하락했다. 주요 고객사 이탈로 인한 42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도 뼈 아프게 작용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현 상황에 대해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반기에는 사업 성과가 드러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재 수요 감소와 매일오네 초기 시행에 따른 고정비 증가 등이 (영업이익 하락 등)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매일오네 고객사가 연중 확대됨에 따라 추후 물량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물류 전문가들은 신 대표의 글로벌 확장 전략은 장기적으로는 의미 있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성과 효율성,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외형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수익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 전략적 집중 같은 질적 성장 요소들이 뒷받침되지 못한 점을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외연 확장이 불가피한 상황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 시장을 넓혀나가는 선택은 어려움을 맞닥뜨릴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라며 “확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긴 하지만, 시기적 어려움과 각종 대내외 리스크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향후 투자 전략을 재정비하고, 고성장 시장에 집중하는 한편, 현지화 및 디지털화 역량을 강화하고 리스크 대응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 실적 회복은 물론,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외형 성장과 내실 강화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김태영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현재 CJ대한통운이 실시하는 서비스가 소비자 지향적인 모습은 갖추고 있으나 다소 과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소비자들로부터 ‘저가 혜택’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되기 전에 프리미엄 표시 등 가격 조정이 있어야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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