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는 6월3일 시행되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체감경기 악화로 ‘경제대선’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내외 경제 지표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소비는 줄고 기업 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이에 대선후보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자와 2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경제 공약’을 집중 분석했다. 각 후보자가 제시하는 경제 공약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이재명 후보가 정책순위 1위로 내세운 공약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이다.
경제 강국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자 목표로 제시한 것이 바로 ‘AI 중심의 신산업 집중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이다.
이재명 후보는 1호 공약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제시하고,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AI투자는 김문수 후보도 2순위 공약으로 제시해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재명 후보는 ‘정부주도형’의 인프라 구축, 김문수 후보는 ‘민간 주도형 펀드 조성’으로 다소 차이가 있다.
이재명 후보는 AI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주도로 AI데이터센터를 건설해서 일종의 AI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성능 GPU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형 챗GPT'를 전 국민이 사용하는 등 모든 국민이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도 제시했다. 더불어 규제 특례를 통해 AI융복합 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인재 양성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투자규모는 100조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AI에 대한 국내 민간 투자는 1조8800억원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국가별 투자규모 순위는 11위다. 반면 미국의 민간부문 AI투자 규모는 155조7500억원, 중국은 13조1583억원 수준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최소 10~100배 가량 차이가 난다. 이를 인식한 듯 이재명 후보는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고 100조원가량을 민간 투자에 쏟아 붓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지난해 "AI와 AI 반도체 분야에 2027년까지 9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AI 반도체 혁신 기업의 성장을 돕는 1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AI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반도체와 2차전지 주도 시장 이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AI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글로벌 빅테크에 밀려나 있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가 특히 GPU 확보를 강조하는 이유는 AI인프라 부문에서 엔비디아가 GPU 클러스터 분야를 주도하는 가운데, 오픈AI, 메타, 구글 등이 자체 GPU 팜을 구축해 주도권을 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클러스터 규모가 미국 대비 1% 수준에 불과하고, GPU 확보에 있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공약으로 2030년까지 GPU 5만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흥국증권 손인준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 측면은 AI 응용처 확대와 프론티어 모델 경쟁 속에서 강한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계속 되고 있고, AI에이전트의 본격적인 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AI 주권 확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며 전통 하이퍼스케일러 외에 네오 클라우드, 각국 정부·통신사까지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며 “이러한 AI 산업의 구조적 성장은 AI GPU와 HBM의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모델 훈련에 막대한 연산 자원(GPU)이 필요한 만큼 엔비디아의 GPU를 확보하기 위한 AI 스타트업 및 대기업 간 GPU 확보 경쟁이 심화돼 ‘GPU 쟁탈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대다수의 IT기업, 반도체 기업 등이 AI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지만 그들 역시 GPU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2000개의 GPU(H100)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며, 2027년까지 3만개 이상의 GPU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반도체 산업을 살리려면 정부의 투자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 역시 “국내 GPU 확보 지연 시 한국에 부정적 영향이 크다”며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시급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올투자증권의 고영민 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업종에 대해 초대형 수요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AI 및 엔비디아의 발전 방향성을 보면 GPU 확보가 절대적이며 그중에서도 엔비디아의 클라우드는 대부분 CSP(클라우스서비스사업자)를 통해 제고 중이며 현재 CSP의 클라우드는 캐파가 부족해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소 뒤처진 면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픈AI, 메타, 구글 등이 AI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기술에서 뒤쳐진 한국이 다시 IT 선도국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는 지금이 기회라고 말한다.
AI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가운데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직 100조원 공약에 구체성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100조원이라는 규모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성장률 2.4% 달성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금액이기도 하다. 당시 민간 기업 25조원, 민간투자사업 15조원, 공공기관에 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40억원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GPU 5만개 확보를 위한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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