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출퇴근길 주식’이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두 달 만에 하루 거래대금 5조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특히 정규장 외 시간대인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40분8시)에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가 몰리면서, 증시 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프리마켓 급부상…본장 시세 선행 가능성 주목
NXT의 시간외 거래는 단순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다. 이제는 거래소 본장을 보완하거나 심지어 선행하는 시장 가격 형성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 3월 4일 출범 이후 투자자, 증권회사의 적응 기간 등을 감안해 1단계(3월 4일, 10종목) → 2단계(3월 17일, 110종목) → 3단계(3월 24일, 350종목) → 4단계 (3월 31일, 796종목)로 단계별로 확대해 왔다. 시간외 거래대금은 1주차 기준 하루 평균 5587억원 수준이었으나, 두 달이 지난 최근에는 8979억원까지 치솟았다. 약 60% 증가한 수치다.
특히 프리마켓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출범 초기에는 퇴근 시간 이후에 거래가 가능한 애프터마켓에 매수·매도 주문이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제 뉴스에 즉각 대응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프리마켓 거래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 직후, 프리마켓 거래대금이 1조4938억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같은 날 애프터마켓 거래대금의 3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국내 투자자들이 정규장 개시 이전부터 능동적으로 글로벌 이슈에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는 하루 24시간 돌아가는데, NXT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 흐름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의 창을 열어줬다”며, “시간외 거래가 KRX 본장의 시세 선행지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이끄는 NXT…기관 중심 구조에 균열
NXT의 거래 주체는 압도적으로 개인이다. 출범 이후 두 달간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93.7%에 달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일평균 거래량은 약 1억4000만 주였으며, 이는 전체 주식시장의 거래량 중 8.6%를 차지했다.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은 21.4%로, 정규장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였다.
기존 시장이 기관 중심이라면, NXT는 개인 중심의 흐름이 뚜렷하다. 정규장 거래에 제약이 많았던 직장인, 해외 뉴스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MZ세대 투자자들이 대체거래소로 몰리며 정보 반응 속도와 거래 결정의 패턴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시장에 양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개인 중심의 매매는 정보 비대칭과 단기 쏠림 현상을 초래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동안 정규장에서 소외됐던 투자자층의 유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투자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지금은 공존하고 있지만 구조적 재편의 방향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NXT 고객 선점 전쟁…마케팅 전면전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확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확보를 위해 NXT 기반 마케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신증권은 온라인 플랫폼 ‘크레온’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거래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출·퇴근길 거래자를 위한 경품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애프터마켓 거래 체결 고객 중 300명을 추첨해 도미노 피자 교환권을 제공하고 있다. KB증권은 프리마켓 또는 애프터마켓에서 일정 금액 이상 거래한 고객에게 최대 100만 원 상당의 국내 주식 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오는 6월 30일까지 운영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XT에 유입되는 고객을 먼저 선점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비용 절감과 혜택을 제공하면서 플랫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시간 확장이 증권주 실적까지 견인
거래량 확대는 증권주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NXT의 거래 종목이 대폭 늘어난 3월 31일부터 5월 중순까지 KRX 증권 테마 지수는 19.92% 상승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 거래 가능 시간 확대가 개인 투자자 유입을 자극하면서 브로커리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증권업종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거래시간의 확장은 플랫폼 체류 시간의 증가로 이어지며, 증권사들이 고객 락인(lock-in) 구조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간외 거래의 실험, 자본시장 주도권을 묻다
넥스트레이드는 단순한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시간’과 ‘참여자’, ‘시세’라는 자본시장 핵심 구성 요소를 전면 재설계하는 실험실이다. 정규장이 표준이었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자본시장은 이제 ▲시간외 거래는 단순한 보완재인가, 차세대 표준인가? ▲개인 중심 시장의 민첩함은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가? ▲증권사들은 단기 이벤트를 넘어 구조적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가? 등에 답해야 한다.
그 답은 매일 아침 8시 이전, 그리고 퇴근길 이후의 주식시장 속에서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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