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지영 기자] 보험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올해는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 같다. 연초부터 확산된 독감과 대형 산불 등으로 보험금 지급이 증가한 데다, 금융시장 부진으로 자산 투자 수익이 둔화되면서 실적에 부정적인 요소가 늘었기 때문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늘었지만, 올해 1분기 잠정 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감소했다.
다만 삼성생명만이 3대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소폭 개선됐다.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63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익 증가와 예실차 개선에 힘입어 2779억원을 기록, 3.7%가 늘었다. 누적 CSM은 13조3000억원에 달한다. 신계약 CSM은 6578억원으로 집계됐으며, 건강보험 상품 비중이 74%까지 확대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손익은 안정적인 이자 수익과 연결 자회사 실적 호조로 5650억원을 기록하며 2024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중입자 방사선 치료 특약을 선보이는 등 건강보험 부문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도 생손보 건강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957억원으로 2024년 대비 19.7%가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IBNR(미보고 발생 손해액) 추가 적립 이슈 해소에 따라 1042억원으로 2024년 대비 14.7%가 늘었다. 반면 투자손익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으로 209억원에 그치며 70.3%가 줄었다.
교보생명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2854억원으로 2024년보다 10.8%가 줄었다. 보험손익은 건강보험 등의 보장성 상품 판매 호조로 1631억원을 기록하며 16.6%가 증가했다. 반면 투자손익은 금융시장 평가·처분이익 둔화로 2024년 대비 18.7%가 감소한 2423억원에 그쳤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관점에서 장기채권 비중을 확대하며 금리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유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손해보험업계는 올해 1분기 독감 유행·한파·산불 등, 복합적인 외부 요인으로 인해 장기·자동차·일반보험 전반에서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면서 손해율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또한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를 비롯한 주요 5개 손보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8635억원으로, 2024년(2조3785억원) 대비 21.7%가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영남권 산불 등의 대형 재해로 인해 보험손익이 2024년 대비 6.0%(4194억원)가 줄었고, 자동차보험 손익은 요율 인하와 강설 영향으로 70.9% 급감한 299억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1분기 투자이익 7397억원(수익률 3.57%)을 기록하며 손익을 방어했다.
현대해상은 순이익이 203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7.4%가 줄었다. 독감 재유행 등의 여파로 장기보험 손익이 1143억원에 그치며 2024년 대비 74.2%가 감소했고, 자동차보험 손익도 63% 줄어든 157억원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은 장기위험손해율 상승과 일회성 비용 증가로 1분기 순이익이 4470억원으로 23.4%가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458억원으로 51.4%가 줄었으며, 일반보험 부문은 미국 LA 산불 여파로 손해율이 상승해 370억원의 적자를 냈다. 다만 투자손익은 운용자산 확대에 따른 이자·배당수익 증가로 전년 대비 19.8% 늘어난 244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K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등은 업계 전반의 부진 속에서 높은 투자수익 성과로 본업의 부진을 만회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어냈다. KB손해보험은 1분기 순이익이 3135억원으로 2024년 대비 8.2%가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2361억원으로 28.6% 줄었으나, 투자손익이 1656억원으로 441.2%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같은기간 한화손해보험 역시 순이익이 1427억원으로 14.3%가 늘었다. 투자손익은 1592억원으로 2024년 대비 29% 늘었으며 배당손익도 650억 원으로 약 12% 증가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재해·질병 확산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악재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1분기 실적이 양호한 보험사들은 투자손익을 통해 방어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르면 2분기 중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므로, 투자손익에 의존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하반기에는 시장 안정화와 손해율 관리, 자산운용 수익성 제고가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