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20주년 인터뷰…"인류 난제 해결 위한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K클럽·넥스트 인텔리전스 심화…10개 분과 7천억 투자 "퀀텀점프 계기 삼겠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이율립 기자 = "고려대는 민족을 넘어 인류의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한 전 세계 지식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동원(65) 고려대학교 총장은 개교 120주년을 맞아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총장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비전을 밝혔다.
기후 위기, 감염병 등 인류가 마주한 거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담장을 넘어 세계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김 총장의 생각이다. 그 네트워크의 핵심에 고려대가 자리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고려대 120주년 기념사업으로 약 7천억원 규모의 10가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학문적 '퀀텀 점프'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2023년 출범한 'K-클럽'을 통해서도 기후위기 등 범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가 만든 K-클럽은 세계 63개국 158명의 석학이 참여하는 공동연구 플랫폼이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 일답.
-- 개교 120주년을 맞은 고려대의 비전은.
▲ 고려대는 개교 120주년을 맞아 '인류의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고려대가 민족을 넘어 세계를 바꾸는 대학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기후 위기, 감염병, 식량 문제 등 인류가 마주한 거대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어느 한 대학만의 힘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하다. 고려대가 그러한 전 세계 지식 네트워크의 중심이 돼야 한다. 그 수단 중 하나로 2023년 국제공동연구 네트워크 'K-클럽'(Korea University Collaboration Hub)을 출범시켰다.
-- K-클럽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K-클럽은 고려대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지식 네트워크다. 창의성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K-클럽은 국적, 성별, 나이가 다른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출범 이후로 우리 학교와 협업해서 나온 연구논문이 약 700∼800편이다. 산불을 예측하는 연구 같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가 상당히 많다. 7월에는 서울에서 'K-클럽 월드 콘퍼런스'를 열어 기후, AI 등 당면 문제에 대한 '전 지구적인 해법'(Planetary Solution)을 모색한다.
-- 개교 120주년 슬로건인 '넥스트 인텔리전스'는 어떤 의미인가.
▲ 인류의 중심이 인간 지성(HI)에서 AI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AI는 계산과 기능에 강하지만, 윤리와 철학은 인간이 담당해야 한다. AI와 HI가 조화를 이루고 균형 있게 발전해야 인류가 기계 발전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고려대가 말하는 넥스트 인텔리전스다. 고려대는 모든 학생이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소양을 갖추게 하기 위해 AI, 빅데이터, 바이오 교과목을 필수로 수강하도록 했다. 또 융합 학문 발전의 바탕이 되는 인문학 육성을 위해 교원 수가 적은 인문학 분야에 교수를 확충하고 있다.
--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 중 무게를 둔 것은 무엇인가.
▲ 단순히 1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닌 고려대가 '퀀텀 점프'하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 건립, 학술, 국제 등 분과 등 10개 분과에 7천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5일 개교기념일에 자연대 중앙광장 기공식을 했고, 인문관도 신축하는 등 5천억원 이상이 건립 분과에 사용된다. 이 외에도 K-클럽 같은 국제 행사, 다문화 인재 장학 제도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 진정한 '세계 고대'로 나아갈 방안은 무엇인가.
▲ 대략 5만명에 가까운 구성원 중 약 1만1천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작년 9월에 '캠퍼스 국제화 선포식'을 했다. 매주 한 번씩 국제화 TF(태스크 포스) 회의를 열고 있고 강의에서 실시간으로 영어 자막을 제공한다거나 기숙사 식당에 할랄푸드를 도입하고, 이슬람 기도실을 3개로 늘리는 등 외국 학생들에게 친화적인 학교로 만들어가고 있다.
-- '노벨 광장'이 아직 비어있다.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세운 전략이 있나.
▲ 과학적, 학문적 역량이 많이 커졌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2030년까지 고려대 교우나 교수 3명 이상이 노벨상이나 필즈상, 튜링상 등을 받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크림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세계 석학들과의 공동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노벨상은 하나의 지표로, 궁극적으로는 수상보다는 인류에 공헌할 과학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취임 당시 '재정 확충'을 공약했고, 최근 기업, 동문 등으로부터 활발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 취임 후 2년 동안 2천500억원 정도 기부금을 받았다. 보통 1년에 40억∼50억원 수준이었다. 120주년을 맞아서 교우들이 큰 액수의 기부를 많이 했다. 630억원을 한 번에 기부한 적도 있다. 취임 당시 150억원 적자로 시작했는데 적자를 작년 말 해소하고 재정이 상당히 좋아졌다.
-- 취임 후 성과는.
▲ 로스쿨 진학생 최다, 외무고시·기술고시에서 1위를 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구 성과도 좋아져 논문이 6천700건에서 현재 7천700건으로 2년 사이에 약 15% 늘었다. 피인용지수(FWCI)도 1.32에서 1.44로 급등했다. 상위 2% 이내 연구자 숫자도 취임할 때는 144명에서 작년 192명이 됐다. 학교 전체가 팽창하고 발전하고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 남은 임기 목표는.
▲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춘화추실(春華秋實)이다. 지난 2년은 열매를 맺기 전에 꽃을 피우면서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실제 열매를 맺는 시간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교육 부문에서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을 각각 20%, 30%까지 늘리고, 창업 부문에서는 유니콘 기업 20개, 학생·교원 창업기업 500개 이상을 육성한다는 목표도 있다. 이런 목표를 바탕으로 고려대가 세계 지식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인류에 공헌하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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