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화가였던 내가 NFT로 향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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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화가였던 내가 NFT로 향한 까닭”

한스경제 2025-05-19 10:58: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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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가 시슬리 엘은 인터뷰를 마치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

시각예술가 시슬리 엘./전시현 기자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글로벌 아티스트이자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전문가인 시슬리 엘(Sisley L.)이 제4회 서울아트페어의 대표작가전에 초대돼 ‘벌’ 시리즈의 회화와 이를 NFT로 확장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학여울역 세텍(SETEC) 전관에서 열린 이번 서울아트페어엔 국내외 작가 500여명, 갤러리 60여곳이 참여해 약 1만여 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전통 민화 특별전과 방송인 겸 뮤지션 김창완의 특별전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국내외 유명인사들의 초상화 제작 의뢰를 받으며, 세계적인 시각예술가로 이름을 알려온 시슬리 엘은 이번 전시회에 설치조각, 유화, NFT 등 다양한 소재와 뉴미디어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선보였다. 

◆ “벌은 인간의 자화상…디지털 위에 자연을 올렸다”

시슬리 엘은 자신의 작품에서 꿀벌을 인간 이야기의 전달자이자 환경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제가 그리는 벌은 인간 스토리를 꿀벌을 통해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살 수 있어야 벌도 살 수 있다. 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만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벌과 인간이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작품 전시기간은  유엔이 지정한 ‘5월 20일: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과도 겹친다. 

시슬리 엘은 디지털 환경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디지털에도 환경이 없다면 인간은 결국 병들고 그 병든 인간이 현실 세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블록체인 위의 ‘가상 공간’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꿀벌 시리즈를 NFT라는 디지털 형식으로 확장시킨 배경이 됐다. “좋은 영향은 나쁜 것이 없다”며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자 디지털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슬리 엘은 팬데믹 이후 디지털 작업의 장점을 체감했다. “해외 활동이 주였던 터라 팬데믹 이후 작업하기 더 좋은 환경이 NFT 작업이었다”며 디지털 툴의 속도와 자유로움을 꼽았다. 실제로 그는 아이패드 하나로 상상한 이미지를 곧바로 구현하고 전 세계 어디서든 작품을 펼칠 수 있음을 장점으로 들었다.

반면 디지털 작업의 무형성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디지털에는 향기(냄새)가 없어서 뿌듯함과 감동이 오래 가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아날로그 작업의 물리적 경험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다. “사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할 만큼 여전히 손맛이 느껴지는 손그림을 좋아한다고 했다.

스튜디오에서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작업할 때 생기는 신체 고충도 두 영역의 차이점을 보여줬다. 디지털 작업은 장시간 의자에 앉아 눈과 손가락이 아프지만 전반적인 몸의 고통은 적은 편이라고 평가했고 디지털 툴을 익힐수록 종이에 바로 전송하는 시간 단축의 희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결국 시슬리 엘은 “디지털 방식이 편한 방식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양쪽 모두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최종적으로 “작업이 끝난 후 작품의 생명력을 위해서는 실체가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는 믿음 아래,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함께 공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슬리엘의 대표작 ‘벌 시리즈’.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꿀벌에 투영해 디지털 공간에 새긴 작품으로 블록체인 위에 ‘환경’을 구현한 상징적 시도다. “디지털도 병들 수 있다”는 작가의 경고가 담겨 있다.
시슬리엘의 대표작 ‘벌 시리즈’.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꿀벌에 투영해 디지털 공간에 새긴 작품으로 블록체인 위에 ‘환경’을 구현한 상징적 시도다. “디지털도 병들 수 있다”는 작가의 경고가 담겨 있다.

◆ “NFT는 투기가 아니다…인간이 만든 예술의 또 다른 이름”

NFT 시장에 대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가 뜨면 비판은 필연”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자신도 처음에는 NFT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했지만 “시간이 문제”라며 긍정적 경험치와 부정적 경험치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NFT도 제 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NFT도 인간이 만들어낸 분야”라며 NFT의 문제를 해결하고 장점을 발전시키는 책임은 우리 인간에게 있다고 말했다. 인간 세계에서는 원하든 원치 않든 모든 것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공존하는 만큼, NFT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오점을 지워내고 이점을 더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슬리 엘은 디지털 아트의 ‘희소성’과 ‘확장성’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

그는 모나리자의 눈썹 유무처럼 역사가 뒤집힌 예를 들며 “완벽한 것은 없고 시간이 모든 것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희소성은 그 자체로 위대하고, 확장성도 그 자체로 위대하다”고 정의했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NFT를 “예술계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한계에 부딪힌 이들에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 희망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NFT가 투기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 그는 NFT가 가진 새로운 기회를 강조하며 예술과 기술의 접목을 지지하고 있다.

◆ “나는 느리다…하지만 그게 나의 예술의 속도”

시슬리 엘은 자신의 작품세계가 일관된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작품의 큰 통합적인 주제는 시대의 자화상’”이라며, 각 작업이 곧 작가 자신의 시대상을 비추는 자화상임을 강조했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는 “오리지널이 항상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느 컬렉터의 일화가 이를 보여준다.

버전이 매년 바뀌는 작품을 두고 컬렉터에게 “나중에 사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묻자, 컬렉터는 “그때의 시슬리 엘은 이제 없어요. 저는 그때의 시슬리 엘의 혼을 갖고 있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이 경험은 시슬리 엘에게 NFT가 결국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깨달음을 안겨줬다.

시슬리 엘은 과거의 경험과 실패가 결국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져왔다고 믿는다. 그는 “뒤돌아보면 19년간 한결같아 보이지만 그 시간들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실패와 고민이 반복되면서 몇 년 뒤에 성공이 찾아왔고 그 과정 자체가 지금의 콘텐츠가 됐다. 이 같은 개인의 여정이 결국 예술적 자산으로 남아 작가와 소장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렇게 쌓인 콘텐츠와 세계관은 앞으로도 후속 프로젝트에서 이어져 나갈 것이며, 그는 이를 통해 작품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구현할 계획이다.

시슬리 엘은 웹(Web)3 시대에도 예술가가 중심적 위치에 설 것이라고 봤다. 그는 “웹3 시대여서가 아니라 우리 태어나기 전부터 예술 분야에는 작가 주도의 생태계가 존재했다”며 큐레이터나 갤러리가 아닌 작가 주도의 예술 운동은 이미 근대에도 있어왔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피카소의 시대에도 인상파 운동 같은 ‘생태계의 반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존재한다는 것 자체의 힘”을 거듭 강조했다. 이유가 있든 없든 무엇이든 존재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 “작품을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느끼는 게 답입니다”

앞으로도 시슬리 엘은 느리지만 꾸준한 속도로 창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생각도 많고 작업 속도도 느리지만 제 속도로 제 세계를 계속 구축해 갈 것”이라며, 팀 작업과 협업을 통해 점차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도구를 적극 활용하면서 창작의 속도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빨라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개되지 않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도 준비 중이며 “내 안에는 한 가지 색깔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벌 시리즈처럼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것은 오직 ‘이 시대의 나 자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공개된 추상화 작품들도 벌 시리즈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시슬리 엘의 세계관을 하나만 알면 다음 작품이 나올 때마다 드라마 한 편 보는 듯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하며, 서로 다른 장르의 작업들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될 것임을 예고했다.

끝으로 그는 관람객들에게 솔직한 조언을 남겼다. 전시를 보러온 이들 중 상당수가 “저는 그림은 잘 모르지만…”이라고 말한다고 하자 그는 “그때가 제 작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고 답했다. “여러분이 느끼는 것이 곧 답”이라는 그의 말처럼 관람객 각자의 감상이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느끼는 것이 곧 모두가 느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전혀 다르게 느껴도 그 또한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으로 대화하는 것”이라며 언어로는 오해가 생길 수 있지만 예술로 소통할 때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담담히 전했다. 시슬리 엘의 말과 작품들은 이번 서울아트페어를 찾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벌과 디지털의 조화라는 독특한 주제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그는 관람객과 수집자 모두에게 예술과 공존의 가치를 설득력 있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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