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큰손’이 된다…카드사, 내수 돌파구 찾았다

[그래픽=최소라 기자]

[직썰 / 최소라 기자] 내수 한계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국내 체류 외국인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주목하며,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섰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65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득 수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법무부가 공동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90일 이상 체류한 만 15세 이상 이민자 중 월평균 임금이 300만원 이상인 비율은 2017년 10.4%에서 37.1%로 급등했다. 200만원 이상도 같은 기간 57.3%에서 88.3%로 크게 늘었다.

외국인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카드 이용도 급증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분석한 ‘외국인 체크카드 이용 동향’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고객의 카드 이용자 수는 5년 전보다 46%, 이용금액은 75%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27%로 가장 많고, 최근 3년간은 20대 비중이 39%로 급성장했다. 이들의 월평균 카드 이용액은 ▲30대 56만1000원 ▲40대 55만3000원 ▲50대 50만2000원 ▲20대 47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카드사들은 외국인을 겨냥한 특화 상품 출시와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 ‘WELCOME PLUS’, 신용카드 ‘탄탄대로 웰컴카드’를 운영 중이다. 하나카드는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등 인기 구독 서비스를 결제할 때 캐시백을 제공하는 ‘하나 더 이지’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신한카드는 금융·인증 플랫폼 ‘트립패스(TripPASS)’와 연계된 선불카드 2종을 출시하고, 신한은행·E9페이와 함께 외국인 특화 신용카드인 ‘E9페이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카드는 심사 문턱을 대폭 낮추고, 해외송금 수수료 할인 등 실용적 혜택을 담았다.

우리카드는 여가생활에 초점을 맞춘 ‘우리V외국인체크카드’를 통해 테마파크와 영화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내수 기반이 축소되는 가운데 외국인 고객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카드사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외국인 특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용카드 발급 과정의 제도적 미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 수요가 더 크지만, 신원확인과 심사 단계에서 외국인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민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외국인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56조2818억 원으로 2019년보다 65% 늘었다. 이는 같은 해 전체 신용카드 사용액(814조5756억 원)의 약 6.9%에 해당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법령상 외국인도 대부분의 카드 상품 이용이 가능하지만, 비대면 신원확인, 본인 인증, 신용평가 등 절차상 제약이 여전하다.

홍용기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와 금융권은 외국인등록증 기반 실명확인, 다국어 서비스, 특화 점포 운영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