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 정부의 연이은 고율 관세 조치로 수출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세 대응 바우처'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며 본격적인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산업부는 1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847억원을 확보해 '관세 대응 바우처' 사업의 참여 기업 모집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의 실질적 피해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지원 규모도 대폭 확대됐다.
이번 추경은 지난 4월 2일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산업부는 당시 긴급 1차 공고를 통해 200개사를 모집했으나, 실제 신청 기업 수는 500개사에 달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산업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지원 대상을 약 2,000개사로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대비 10배 이상 확대된 규모로, 그만큼 미국 관세조치에 대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우려와 대책 필요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관세 대응 바우처' 사업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컨설팅과 전략 마련을 위한 '패키지형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KOTRA가 운영하는 해외 무역관을 중심으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검증된 파트너사들이 직접 기업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관세 대응 패키지는 총 500여 개 서비스로 이뤄져 있으며, 다음 네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 관세 피해 분석 ▲ 피해 대응 전략 수립 ▲ 생산 거점 이전 ▲ 대체 수출 시장 발굴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 최종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물론, 대미 간접 수출을 하는 국내 중간재 기업, 심지어 현지 OEM 제조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법인도 이번 바우처 대상에 포함된다.
산업부는 피해 분석 단계에서 기업별 제품군, 수출 구조, 공급망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해당 기업이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를 평가한다. 이후 피해 대응 단계에서는 현지 법률 자문, 행정 대응 전략, 품목 분류 재조정 등을 지원하며, 필요시 생산 거점 이전에 필요한 현지 조사와 실행 컨설팅도 함께 제공된다. 대체 시장 발굴 단계에서는 미국 외의 유력 수출 대체지 탐색과 바이어 연결, 판로 개척 등의 서비스가 이뤄진다.
산업부는 이번 추경 사업 추진과 함께, 기존에 운영 중이던 '관세대응 119' 채널을 통해 접수된 현장 기업들의 애로사항도 바우처 설계에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관세대응 119는 대미 수출 관련 피해 상담을 전담하는 통합 창구로, 이곳에 접수된 사례 중 상당수가 중소·중견기업의 간접 피해 사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단순 직접 수출 기업뿐 아니라, 국내에서 중간재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 납품하는 구조의 간접 수출 기업까지 지원 대상을 넓혔다.
실제로 일부 국내 부품 업체는 미국 현지 완성품 제조사의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주문량이 급감하는 2차 피해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부는 이처럼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는 관세 여파까지도 면밀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KOTRA는 오는 5월 20일 온라인을 통해 '관세 대응 바우처' 추경 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바우처 지원 자격 요건, 신청 서류, 서비스 활용 방식, 평가 기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설명회는 기업 관계자 누구나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신청은 KOTR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피해도 상당하다"며, "이번 추경을 통해 실제로 도움이 되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근본적인 전략 변화도 함께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단기적 피해 복구를 넘어, 향후 한국 수출 산업이 보다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대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적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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